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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지원자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사정으로 인하여 부득이 불합격 처리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 번 지원에 감사 드리며, 귀하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

미치겠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거실로 향했다.

어머니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신문을 읽고 있었다.

"엄마." 내가 말했다.

"왜." 어머니가 말했다.

"안 됐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가 눈을 감았다.

"힘드네." 나는 소파에 앉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응? 철수야." 어머니가 물었다.

"저도 그게 알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이게 진짜 힘든 거구나. 취업하는 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야." 어머니가 말했다.

"이번에는 괜찮았는데." 내가 말했다.

"너 가서 무슨 실수한 거 아니야? 잘 생각해 봐." 어머니가 물었다.

"실수할 게 뭐 있어요. 묻는 거에 대답만 하면 되는데." 내가 대답했다.

"그런데 왜 안 돼?" 어머니가 물었다.

"제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죠." 내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왜 네가 마음에 안 드냐고. 네가 뭐가 부족해서." 어머니가 말했다.

"부족한 게 아니라 안 맞는 거죠." 내가 말했다.

"뭐가 안 맞는데?" 어머니가 물었다.

"그리고 저보다 잘난 애들 많아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참. 하나도 안 되네. 진짜 심하다." 내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이제 어떡하냐?" 어머니가 나를 쳐다보았다.

"생각해 봐야죠." 내가 말했다.

"내년에 다시 해야지 뭐." 어머니가 말했다.

"그건 힘들 거 같은데. 나이 때문에." 내가 말했다.

"서른이 뭐 어때서. 서른 넘어서 취직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어머니가 말했다.

"누구요?" 내가 물었다.

"그. 엄마 친구 현숙이. 걔 아들도 서른하나에 취직했잖아. 건설회사라고 그랬나? 하여튼. 서른 넘어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리고요?" 내가 물었다.

"뭐가." 어머니가 말했다.

"그 사람 한 명이에요? 많다면서요." 내가 물었다.

"얘가 왜 이렇게 따져? 그렇다고 하면 그냥 그런 줄 알지." 어머니가 말했다.

"아니, 따지는 게 아니라 물어보는 거잖아요. 많다면서요. 그 사람 한 명밖에 없어요? 그런데 왜 많다고 하셨어요?" 내가 물었다.

"얘가 진짜." 어머니가 말했다.

"이해가 안 돼서 그래요." 내가 말했다.

"너 면접 가서도 그러니?"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그러면 안 돼." 어머니가 말했다.

"안 그래요." 내가 말했다.

"그러면. 어떡할 건데. 응? 뭐 다른 방법이라도 있어? 힘들어도 해야지." 어머니가 말했다.

"생각해 볼게요." 내가 말했다.

"그럼 그냥 학원 계속 다니든가. 그것도 괜찮아. 조금 벌면 어때. 아껴서 쓰면 되지." 어머니가 말했다.

"거기는 얼마 못 다닌다니까요." 내가 말했다.

"그러면 다시 취업해."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생각해 보겠다고요." 내가 말했다.

"아니면 시험을 다시 봐라. 응? 내가 보기에 너는 딱 공무원 체질이야." 어머니가 말했다.

"제가 공무원 체질이라고요?" 내가 웃었다.

"그래. 아빠도 그랬어. 너는 공무원이 딱 맞는다고." 어머니가 말했다.

"아빠가 정말 그랬다고요? 제가 나중에 물어볼 거예요." 내가 말했다.

"그래. 물어봐." 어머니가 말했다.

"그냥 엄마 바람이겠죠." 내가 말했다.

"그럼 그때 시험은 왜 본 건데? 어? 너랑 맞지도 않는데 시험은 왜 봤냐고. 공부는 왜 했어? 그것도 이 년씩이나." 어머니가 물었다.

"그때는." 내가 말했다.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세상에 자기랑 맞는 일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돼. 일을 재미로 해? 돈 벌려고,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어머니가 말했다.

"그건 그렇죠." 내가 말했다.

"그렇잖아." 어머니가 말했다.

"근데 공무원은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아니면 뭐? 뭐 할 건데?" 어머니가 물었다.

"생각해 볼게요." 내가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목소리였다.

"다녀오셨어요." 나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집에 있었네." 아버지가 말했다.

"여보. 당신 아들 위로 좀 해 줘. 회사 또 안 됐대." 어머니가 말했다.

"어. 그래?" 아버지가 말했다.

"위로 좀 해 줘." 어머니가 말했다.

"위로는 무슨." 아버지가 웃었다. "준수는?"

"방에." 어머니가 대답했다.

"다녀오셨어요." 준수 목소리였다.

"어. 그래. 웬일이야? 토요일인데 두 분 다 집에 계셨네." 아버지가 말했다.

"엄마. 저녁 몇 시에 먹어요?" 준수가 물었다.

"또 왜." 어머니가 물었다.

"어디 나가게?" 아버지가 물었다.

"상희 휴가 나왔다고 잠깐 보자고 해서." 준수가 대답했다.

"상희 휴가 나왔어?" 어머니가 물었다.

"네." 준수가 대답했다.

"아직도 군대에 있는 친구가 있어?" 아버지가 물었다.

"걔는 조금 늦게 갔어요." 준수가 대답했다.

"고생하네."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다섯 시밖에 안 됐는데. 그럼 너 먼저 먹을래? 몇 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머니가 물었다.

"그건 아직 모르겠는데. 됐어요, 그냥. 알아서 할게요." 준수가 말했다.

"그래서 몇 시에 먹겠다는 건데. 얘는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어머니가 물었다.

"원래 먹던 시간에 먹어요." 준수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몇 시. 말을 해."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 원래 먹던 시간이요." 준수가 웃었다.

"여섯 시 반?" 어머니가 물었다.

"네." 준수가 대답했다.

"말을 해야 알지." 어머니가 일어섰다. 나는 방으로 향했다.

"말 했잖아. 원래 먹던 시간이라고." 준수가 말했다.

"또 까분다." 어머니가 말했다.

은석이는 붙었나. 그래도 한 사람은 붙어야지. 전화를 한다. 메시지를 보낸다. 아니다. 나중에 하자. 나중에.

"김철수. 자니?" 어머니가 방에 들어왔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야. 아쉽지만 어떡하냐. 어쩔 수 없지. 너무 신경 쓰지 마. 응? 그러다가 괜히 병 난다." 어머니가 말했다.

"괜찮아요." 내가 말했다.

"그래. 다음에는 되겠지."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배고프면 과일 좀 가져다가 먹어. 귤 먹을래?"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그럼 딸기 먹어." 어머니가 말했다.

"사과 있어요?" 내가 물었다.

"사과 있지. 갖다 줘?"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나는 몸을 일으켰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