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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정말 몇 명 안 남았네. 은석이. 없다. 안 된 건가. 아니면 아직 안 왔을 수도 있고.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가 말했다. 직원이다. 나는 직원 쪽으로 움직였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직원이 물었다.

"김철수요." 내가 대답했다. 책상 위에 명찰들이 놓여 있었다.

"김철수." 직원이 펜을 움직였다. "네. 명찰 가져가시고요. 번호 순서대로 앉아 주세요. 저기 맨 앞줄부터 다섯 명씩이거든요. 일 번부터 오 번. 육 번부터 십 번. 이렇게요."

"네." 내가 말했다.

김철수. 김철수. 여기 있다. 십오 번. 오늘은 십오 번이네. 아, 은석이. 김은석. 김은석. 김은석. 있다. 붙었구나.

보자. 십오 번이니까. 오 번. 십 번. 십오 번. 셋째 줄 끝이네. 나는 계단을 올랐다.

"저. 오늘 몇 시에 끝나나요?" 남자가 물었다.

"글쎄요.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는데. 어쨌든 점심시간 전에 끝날 거예요. 왜요? 약속 있으세요?" 직원이 물었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 남자가 대답했다.

"늦어도 아홉 시 반에는 시작할 테니까. 열두 시? 아니면 열두 시 반쯤 끝나지 않을까요?" 직원이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그리고 은석이의 번호를 찾았다.

어디야. 오늘 면접 있는 거 알지?

나는 은석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여덟 시 오십 분이었다.

면접이 열두 시에 끝난다. 여기서 학원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한 시쯤 도착하겠네.

문이 열리고 남자가 들어왔다. 저번에 봤던 사람이다.

"어." 내가 웃었다. 남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내가 말했다.

"어? 안녕하세요." 남자가 웃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직원이 말했다.

"아." 남자가 직원을 향했다. "네."

그때 내 바로 앞이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 남자가 계단을 올라왔다.

"십오 번이세요?" 남자가 물었다.

"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십사 번이요. 또 같은 조네요." 남자가 말했다.

"같은 조예요?" 나는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아닌가? 아,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남자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명찰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신영한. 맞다. 신영한이었지.

"결국 마지막까지 왔네요." 남자가 말했다.

"네. 이제 정말 몇 명 안 남았는데요." 내가 말했다.

"아. 여기 꼭 오고 싶은데." 남자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말고 또 어디 쓰셨어요?" 남자가 물었다.

"뭐. 여기 저기." 내가 웃었다. "근데 다 떨어지고 이거 하나 남았어요."

"아."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나는 명찰을 쳐다보았다.

"신영한이요." 남자가 명찰을 들어 내게 보였다.

"영한씨는요? 또 어디 썼어요?" 내가 물었다.

"저도 여기 저기. 웬만한 회사는 다 쓴 거 같아요. 근데 그 중에서 최종 면접까지 간 거는 열 개도 안 돼요. 여기까지 포함해서 아홉 개." 영한씨가 대답했다.

"아홉 개요? 아홉 개면 많은 거 아니에요?" 내가 물었다.

"그런데 그것도 두 개 빼고 다 떨어졌어요." 영한씨가 웃었다.

"음? 그럼 두 개는 붙은 거네요?" 내가 물었다.

"네. 두 개는 붙었는데." 영한씨가 대답했다.

"그럼 뭐. 여기 떨어져도 되겠네." 내가 웃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영한씨가 손을 흔들었다. "붙기는 했는데요. 거기는 안 갈 거라서. 저도 여기 하나 남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