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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대로 한 십 년만 잤으면 좋겠다.

"김철수." 어머니였다.

"네." 나는 눈을 감았다.

"자니?"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너 언제 왔어." 어머니가 물었다.

"방금." 내가 대답했다.

"왔으면 얘기를 해야지. 컴컴한 데 누워서 뭐 해. 빨리 씻고 나와. 밥 먹게."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옷도 안 갈아입고. 이불에 먼지 다 묻는다. 빨리 일어나."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영화도 있었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김철수. 어디 안 좋아?"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요." 나는 몸을 일으켰다.

"얼굴하고 손만 씻고 나와." 어머니가 걸어갔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버지가 식탁에 앉아있었다. 나는 냉장고 쪽으로 움직였다.

"왔니? 어? 그거 뭐야?" 아버지가 물었다.

"케이크요." 내가 대답했다.

"진짜로 케이크도 사온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이거 냉장고에 넣어 놓을게요."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자리가 없네.

"엄마. 자리가 없는데요." 내가 말했다.

"그럼 빨리 문 닫아." 어머니가 말했다. 나는 냉장고를 닫았다.

"이거 어디다 놔요." 나는 상자를 내밀었다.

"김준수! 밥 먹어!" 어머니가 상자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주방을 나갔다.

"앉아. 배고프겠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오늘 친구 결혼식 갔었어?" 아버지가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대학교 친구야?" 아버지가 물었다.

"네. 대학교 친구요." 내가 대답했다.

"친구들 많이 왔겠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수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잤어?" 아버지가 물었다.

"아니요." 준수가 자리에 앉았다. "엄마는요?"

"김준수. 부르면 대답 좀 해." 어머니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못 들었어요." 준수가 말했다.

"당신도 빨리 와서 앉아."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가 앞치마를 벗었다.

"김철수. 너 오늘 수업 있다며."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근데?" 어머니가 자리에 앉았다.

"다음에 하기로 했어요. 애가 몸이 안 좋대요." 내가 대답했다.

"아이고. 감기 걸렸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입원했다고 하던데." 내가 말했다.

"어머. 왜?" 어머니가 나를 쳐다보았다.

"몰라요." 내가 말했다.

"집에 맥주 있나?" 준수가 물었다.

"있을 거야. 가서 찾아 봐." 아버지가 말했다. 준수가 일어섰다.

"김준수. 너 어제도 술 마셨잖아." 어머니가 말했다.

"어제요? 어제 안 마셨는데요." 준수가 말했다.

"아, 그제였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준수가 냉장고를 열었다.

"형도 마실 거야?" 준수가 물었다.

"형도 하나 갖다 줘." 아버지가 말했다.

"엄마는요?" 준수가 물었다.

"야. 나도 한 잔만 줘 봐. 차라리 취해서 곯아떨어지게. 그렇게라도 자야지 안 되겠어.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날 거 같아. 낮에 지원이 엄마 만났는데, 걔는 매일 자기 전에 와인을 두 잔씩 마시고 잔대. 그러면 다음날 아침까지 안 깨고 쭉 잔다는 거야. 그래서 오늘부터 나도 그렇게 해보려고." 어머니가 말했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