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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하얀 쪽지가 붙어 있었다. 수험번호. 십이 번. 심아영. 나는 오십삼 번이다. 십이. 이십사. 삼십육. 사십팔. 사십구. 오십. 오십일. 오십이. 오십삼. 저기네. 나는 계단을 올랐다.

"형 몇 번이에요?" 재영이가 물었다.

"나 오십삼 번." 내가 대답했다.

"저는 이십칠 번이요." 재영이가 말했다.

"이십칠 번이면. 여기가 이십사 번이니까." 나는 책상을 가리켰다. "저 끝이 이십오. 이십육, 이십칠."

"이따가 번호 순서대로 들어가겠죠?" 재영이가 물었다.

"그렇겠지. 아마 네다섯 명씩 들어갈 걸. 다섯 명씩 들어가겠다. 사람 많아서." 내가 대답했다.

"그럼 형이랑 저랑 다른 조겠네요." 재영이가 말했다.

"응." 내가 말했다.

"아. 형하고 같은 조 하고 싶었는데." 재영이가 말했다

"왜?" 내가 물었다.

"교수님들이 뭐라고 하시나 궁금해서요." 재영이가 웃었다. 내가 웃음소리를 냈다.

오십일. 오십이. 오십삼. 수험번호. 오십삼 번. 김철수. 여기다. 나는 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몇 시야. 여덟 시 사십 분. 아직 이십 분 남았다. 재영이가 계단을 올라왔다.

"형 근데 진짜 뭐라고 하실 거예요?" 재영이가 물었다.

"뭘?" 내가 물었다.

"교수님들이 물어보시면요. 휴학하고 뭐 했냐고." 재영이가 대답했다.

"아." 내가 웃었다. "뭘 뭐라고 해. 이실직고해야지."

"소설 썼다고요? 혼날 거 같은데." 재영이가 웃었다.

"그럴까? 근데 어설프게 거짓말 했다가 걸리면 더 혼나잖아." 내가 말했다.

"그건 그래요." 재영이가 의자에 앉았다.

"응. 그러니까." 내가 말했다.

"교수님들은 몇 분이나 들어오실까요?" 재영이가 물었다.

"글쎄. 회사 면접에서는 보통 면접관들이 네 명 정도 들어오던데. 대학원 면접도 비슷하지 않을까? 네 명. 많으면 다섯 명." 내가 대답했다.

"다섯 명. 와. 교수님들 다섯 분이 앞에 앉아 계시면." 재영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네. 회사 면접이랑은 느낌이 조금 다르겠다." 내가 말했다.

"어떤 분이 들어오시는지도 문제인데. 이 교수님은 들어오신다고 하셨죠?" 재영이가 물었다.

"응."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면접 때 보자고 하시던데."

"장 교수님은 안 들어오셨으면 좋겠는데." 재영이가 말했다. 내가 웃었다.

"형 그거 기억나요? 우리 장 교수님 수업 같이 들었잖아요." 재영이가 물었다.

"기억나지." 내가 대답했다.

"그. 마지막 수업 때요. 그것도 기억나요?" 재영이가 웃었다.

"음. 그건 잊을 수가 없지." 내가 대답했다.

"그때 진짜 무서웠는데." 재영이가 말했다.

"그래서 걔는 결국 어떻게 된 거야? 정말 에프 받은 거야?" 내가 물었다.

"아마 그럴 걸요. 그때 장 교수님이 그러셨잖아요. 너는 기말 과제도 낼 필요 없어. 어차피 에프니까." 재영이가 말했다.

"에이. 그거는. 너무 화나서 그러신 거지. 걔가 가서 빌었으면 봐 주셨을 걸." 내가 말했다.

"바보 같이. 교수님 성격 뻔히 알면서." 재영이가 말했다.

"그때 뭐 하다가 걸린 거지? 숙제 하고 있었나?" 내가 물었다.

"아니요. 시험공부 하다가 걸렸어요. 그날 저녁에 다른 과목 시험 있다고 그랬어요." 재영이가 대답했다.

"아. 그때 시험 기간이었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교수님이 마지막 수업은 안 들어와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시험 기간이라서 바쁜 거 안다고." 재영이가 말했다.

"맞아. 그래서 더 화나신 거야. 바쁘면 수업 안 들어와도 된다고 했는데, 굳이 들어와서 그러고 있으니까." 내가 말했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