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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내 몸이 옆으로 쏠렸다. 나는 손잡이를 붙잡았다. 몇 분이야. 이십오 분. 열두 시 반까지 가야 하니까, 여기서 열한 시 반에는 출발해야 된다. 예식은 열한 시부터라고 했다. 열한 시. 열한 시 반. 삼십 분이면 끝나겠지. 택시가 멈춰 섰다.

"다 왔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얼마 드려야 돼요?" 나는 가방을 어깨에 멨다.

"삼천 원만 주세요." 기사가 대답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동전들을 끄집어냈다. 천 원. 이천 원. 이천오백. 둘, 넷, 다섯.

"여기요." 나는 기사에게 삼천 원을 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기사가 말했다. 나는 손잡이를 당겼다. 문이 열렸다.

"수고하세요." 나는 택시에서 내렸다.

"안녕히 가세요." 기사가 말했다. 나는 문을 닫았다. 택시가 떠났다.

건물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경환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경환이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난데." 내가 말했다.

"어디야? 도착했어?" 경환이가 물었다.

"응. 지금 도착했는데. 사람 많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 속에 종화가 서 있었다.

"여보세요? 잘 안 들려. 크게 말해." 경환이가 말했다.

"사람 많다고."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응? 아니. 철수. 지금 도착했대." 경환이가 말했다. 종화가 두리번거렸다.

"너 지금 어디 있어?" 내가 물었다.

"나? 이 안에. 여기를 뭐라고 하지? 잠깐만. 은미야. 정은미. 여기를 뭐라고 해? 응. 본당? 여보세요. 본당이래." 경환이가 대답했다.

"알았어." 내가 말했다.

"들어와. 여기 애들 다 있어." 경환이가 말했다. 종화가 걸어왔다.

"종화도 왔네." 내가 말했다.

"응? 뭐라고?" 경환이가 물었다.

"아니야. 끊어." 나는 휴대폰을 닫았다.

"철수야." 종화가 말했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팔 다쳤어?" 종화가 내 앞에 섰다.

"길에서 미끄러져 가지고." 내가 말했다.

"오랜만이다." 종화가 말했다.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멋있어졌네." 종화가 말했다. 내가 웃었다.

"왜 웃어." 종화가 웃었다.

"나 너 졸업식 날 봤는데." 내가 말했다.

"졸업식 날?" 종화가 물었다.

"응. 너 그날 검은색 코트 입고 왔잖아." 내가 말했다.

"그랬나? 야. 근데 봤으면 와서 인사를 해야지. 그래야 같이 사진이라도 찍지." 종화가 말했다.

"너 중간에 나가던데." 내가 말했다.

"아!" 종화가 웃었다. "맞아. 그랬어. 너 진짜로 봤구나."

"봤다니까." 내가 말했다.

"축의금 냈어?" 종화가 물었다.

"아니, 아직. 내야지." 내가 대답했다.

"같이 가자." 종화가 사람들 사이로 걸어갔다. 나는 종화를 따랐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종화가 줄의 맨 끝에 섰다. 나는 종화의 뒤에 섰다.

"철수야. 너 번호 그대로지?" 종화가 휴대폰을 두드렸다.

"응." 나는 시계를 보았다. 열 시 사십 분이었다.

"이상하다. 네 번호가 없네. 실수로 지웠나? 아닌데." 종화가 말했다.

"아. 그때 나 휴대폰 없었잖아." 내가 말했다. 종화가 웃었다.

"지금은 있어." 내가 말했다.

"알려 줘." 종화가 내게 휴대폰을 건넸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석구 온다." 종화가 말했다. 나는 종화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