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39 2 0
                                    


  저는 도착했어요. 근데 우리 저녁을 너무 일찍 먹은 거 아니에요? 이따가 배고플 거 같은데.

"김철수."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나는 해원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왜 그래."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에요. 뭐 좀 보낼 게 있어서." 나는 휴대폰을 닫고 신발을 벗었다.

"얘는. 들어와서 하지. 왜 거기 서서 그래." 어머니가 말했다.

"아빠는요?" 내가 물었다.

"몰라." 어머니가 대답했다.

"준수도 안 들어왔어요?" 나는 방으로 향했다.

"아니. 둘이서 같이 나갔다니까. 집에서 그만큼 마셨으면 됐지. 응? 또 뭐가 얼마나 부족해서 그러냐고. 술을 꼭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셔야 돼? 하여튼 사람들이 적당히 할 줄을 몰라. 하나가 그러면 하나는 좀 덜 해야지. 이거는 뭐, 어떻게 둘이 똑같이 그래." 어머니가 말했다.

"아빠랑 준수 같이 나갔어요?" 내가 웃었다.

"어제도 마셨으면서. 너네 아빠도 술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야. 그러다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떡할 건데. 본인만 아프면 끝인 줄 아나 봐. 자식들 고생하는 건 생각 안 해? 그리고 김준수 걔는 내일 시험 보는 애 맞니? 애가 정신을 못 차려. 아니, 그리고. 아빠가 빵집 한다는데 왜 자기가 더 신나서 난리야. 지금 자기 아빠 속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아빠가 그걸 진짜 좋아서 하는 줄 알아? 하여튼 철이 없어요." 어머니가 말했다.

"아빠가 좋아서 하는 거 맞잖아요."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야. 너까지 그러지 마라. 진짜로." 어머니가 말했다.

"그래서 아빠랑 준수만 간 거예요? 엄마도 같이 가지 왜." 내가 말했다.

"내가 거길 왜 가. 가서 뭐 하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가서 맥주 한 잔 하는 거죠." 내가 말했다.

"야, 야. 됐어. 맥주는 무슨." 어머니가 말했다. 나는 컵에 물을 따라 마셨다.

"병원은 언제 가냐. 학원에 얘기를 해 봐. 아침에는 시간 있다며. 병원 가야 돼서 조금 늦는다고 그래." 어머니가 말했다.

"얘기 했어요. 내일 갈 거예요." 내가 말했다.

"그래. 언제까지 그러고 다닐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근데 내일 가도 이거 못 풀어요. 더 있어야 돼요." 나는 컵에 물을 따라 마셨다.

"저녁 뭐 먹었어?" 어머니가 물었다.

"갈비탕이요." 내가 대답했다.

"음식이 짰구나. 누구랑 먹었는데? 경환이?" 어머니가 물었다. 어지러웠다.

"아니요. 다른 애랑." 나는 벽을 짚었다.

"왜 그래." 어머니가 물었다.

"어."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갑자기 어지럽네."

"너도 술 마셨니?" 어머니가 물었다.

"낮에 조금 걸어 다녔더니." 내가 대답했다.

"피곤하면 일찍 자."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나는 방으로 향했다.

"귤 좀 갖다 먹어."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갖다 줘?" 어머니가 물었다.

"아니요. 제가 갖다 먹을게요." 내가 대답했다.

아직 도착 안 했나. 아니면 씻는 중인가. 나는 휴대폰을 닫았다.

"자기 전에 꼭 커튼 쳐." 어머니가 책상 위에 귤을 내려놓았다.

"네."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살이 너무 빠져서 큰일이네." 어머니가 거울 앞에 섰다. "이거 봐. 볼이 쏙 들어갔어."

"살 빠지면 좋잖아요." 나는 귤을 주물렀다.

"좋기는 뭐가 좋아. 만나는 사람마다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는데. 아까도 영은이 엄마가 그러더라. 슈퍼에서 만났는데. 어머. 왜 이렇게 마르셨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어머니가 말했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