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학원 입학 전형 최종 결과는 오후 한 시 이후 발표 예정입니다.
한 시.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열두 시 오십이 분이었다.
"철수씨." 이 선생이 말했다.
"네?" 나는 이 선생을 쳐다보았다.
"밥 먹으러 가요." 이 선생이 말했다.
"네, 잠깐만. 한 십 분만." 내가 말했다.
"뭐 하고 있어요?" 이 선생이 물었다.
"네. 잠깐이면 되는데." 내가 대답했다.
"끝나면 얘기해요." 이 선생이 기지개를 켰다.
"아. 이 선생님. 혹시 이 근처에 책 제본 할 수 있는 곳 있어요?" 내가 물었다.
"제본이요? 어." 이 선생이 눈을 깜박였다.
"아니면 그냥 프린트할 수 있는 곳이라도." 내가 말했다.
"프린트요? 프린트는 여기서 하면 되잖아요." 이 선생이 말했다.
"제 개인적인 거라서." 내가 말했다.
"에이. 뭐 어때요. 괜찮아요." 이 선생이 웃었다.
"그리고 양도 너무 많아요." 내가 말했다.
"얼마나 많은데요?" 이 선생이 물었다.
"한 오백 페이지 정도." 내가 대답했다.
"오백 페이지요? 뭔데 그렇게 많이 뽑아요?" 이 선생이 물었다.
"개인적으로 필요해서요." 내가 말했다.
"오백 페이지. 오백 페이지는 너무 많다." 이 선생이 말했다.
"네. 그래서, 혹시 이 근처에 프린트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거기서 하려고요." 내가 말했다.
"프린트할 수 있는 곳. 잠깐만요. 음." 이 선생이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아. 거기 가면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지하철 역에서 나오면요. 바로 오른쪽에 큰 건물 있잖아요. 주차장 건너서." 이 선생이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거기 일 층에 서점이 있거든요. 그 서점 옆에 보면요. 봐요. 건물 입구로 들어가잖아요. 그러면 앞에 악기 파는 데가 있어요.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요. 그러면 바로 서점이에요. 카운터를 지나요. 그러면 오른쪽에 에스컬레이터가 보여요. 그 에스컬레이터 뒤쪽에 프린터 잉크 파는 가게가 있거든요. 아마 거기서 할 수 있을 거예요. 예전에 본 거 같아요." 이 선생이 대답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제본은 안 될 거예요. 제본은 어디서 하는지 모르겠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이 선생이 말했다.
"제본은 됐어요. 그냥 묶기만 하면 되거든요. 흩어지지 않게." 내가 말했다.
"그래요? 그러면 그냥 구멍 뚫어서 끈으로 묶어요. 이거 빌려 줘요?" 이 선생이 서랍을 열었다.
"뭐요?" 내가 물었다.
"이거요. 구멍 뚫는 거." 이 선생이 펀치를 내밀었다.
"네. 감사합니다." 내가 웃었다.
"오백 페이지면 두께가 어느 정도 되지? 잠깐만. 이게 몇 페이지야." 이 선생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백삼십사. 오백 페이지면 이거 두 권 두께니까. 한 이 정도 되겠네요."
"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끈 말고 스프링으로 묶을 수도 있는데. 그거 뭔지 알아요?" 이 선생이 물었다.
"네. 해 본 적 있어요." 내가 대답했다.
"끈으로는 힘들 걸요. 너무 두꺼워서. 스프링으로 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이 선생이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근데 뭔데요? 뭔데 오백 페이지씩이나 돼요?" 이 선생이 물었다.
"그냥. 자료들." 내가 대답했다.
"수업 자료요?" 이 선생이 물었다.
"아니요. 개인적인 자료." 내가 대답했다.
"개인적인 자료?" 이 선생이 웃었다. "개인적인 자료가 뭐지?"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열두 시 오십칠 분이었다.
"얼마나 남았어요?" 이 선생이 물었다.
"네?" 나는 이 선생을 쳐다보았다.
"뭐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이 선생이 물었다.
"아." 나는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네. 아직."
"급한 거예요?" 이 선생이 물었다.
"아니요. 급한 건 아닌데. 뭐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러면. 밥 먹으러 가요. 갔다 와서 해도 돼요." 내가 말했다.
"그래요. 급한 거 아니면 밥 먹고 해요. 나 배고파요. 아침도 못 먹었어요." 이 선생이 점퍼를 입었다.
"네." 나는 마우스를 움직였다.
일반대학원 입학전형 최종 결과 발표.
"선생님. 잠시만요. 삼십 초만." 내가 말했다.
저희 대학원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 드리며 아래와 같이 최종 결과를 발표합니다.
최종 결과 조회. 나는 마우스의 버튼을 눌렀다.
원서 접수 시 부여 받은 수험번호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세요.
수험번호. 일삼공팔오삼. 확인.
죄송합니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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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General Fiction- 본문 중에서 "네. 어. 제 인생관은 이렇습니다. 어차피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적어도 결정은 내가 하자." 내가 대답했다. "끝이에요? 조금만 더 길게." 면접관이 웃었다. "네." 내가 웃었다. "그." "시간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편하게 해요, 편하게." 부사장이 말했다. "진로를 결정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요즘 들어 그걸 느낍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뭘 해야 하는 건지. 누구는 이걸 하는 게 좋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