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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금요일이네요. 점심 먹었어요? 아. 근데 저번에 그거요. 그래서 해원씨는 어떻게 할 건데요?

나는 해원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세 시 오십 분. 오는 중이겠지. 오 분만 더 기다리자.

면접 전에 교수님 봬야 하는데. 평일은 안 되고. 내일밖에 없네. 결혼식이 열한 시에 시작이니까. 열한 시, 열두 시 전에는 끝날 거다. 거기서 학교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고. 그러면 늦어도 한 시에 도착. 스터디가 두 시부터 시작이지. 한 시간 정도 빈다. 아. 근데 점심시간이구나.

아니면 스터디 끝나고 가도 되지. 내일은 할 거 많지 않으니까. 두 시. 세 시. 네 시면 끝날 거 같은데. 여기에 일곱 시 반까지 와야 된다. 그럼 거기서 여섯 시에 출발하면 되지. 네 시부터 여섯 시. 두 시간이나 있네. 그렇게 해도 되겠다. 일단 여쭤봐야지.

"안 오시는군."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왔다. 하늘에 구름이 떠있었다.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휴대폰 벨이 울렸다. 해원씨의 전화였다.

"어." 나는 문을 붙잡았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네." 내가 말했다.

"여보세요." 해원씨의 목소리였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여보세요." 내가 말했다.

"네 시부터 수업 아니에요?" 해원씨가 물었다.

"네. 네 시부터" 내가 대답했다.

"어? 지금 네 시 다 됐는데." 해원씨가 말했다.

"아직 학생이 안 왔어요. 문 앞에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내가 말했다.

"집에 아무도 없어요?" 해원씨가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그럼 어떡해요?" 해원씨가 물었다.

"기다려야죠. 지금 오고 있을 거예요." 내가 대답했다.

"음. 아. 저 목소리 이상하죠." 해원씨가 말했다.

"감기 걸렸어요?" 내가 물었다.

"네. 목이 쉬었어요." 해원씨가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보세요? 제 목소리 들려요?" 해원씨가 물었다.

"여보세요." 내가 말했다.

"주변이 조금 시끄러워서. 철수씨 목소리가 잘 안 들려요. 제 목소리는 잘 들리죠?" 해원씨가 물었다.

"네. 저는 잘 들리는데." 내 목소리가 커졌다.

"아. 이제 잘 들린다." 해원씨가 말했다.

"목이 아파요?" 내가 물었다.

"네. 그러니까 이번에는 철수씨가 말 좀 해요. 나는 쉴게요." 해원씨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아, 근데. 그게 뭐예요? 저번에 그거?" 해원씨가 물었다.

"그거요. 고등학생들이 와서 담배 사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건지." 내가 대답했다.

"아. 혼을 내야죠. 어디서 쪼끄만 것들이 건방지게." 해원씨가 대답했다. 내가 웃었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사다 줄래요. 무서워요." 해원씨가 대답했다.

"에이. 그러면 안 되죠."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 진짜 무서워요. 철수씨 그 뉴스 봤어요? 아, 철수씨 뉴스 보는 거 좋아해요?" 해원씨가 물었다.

"좋아하는 것까지는 아니고. 보기는 보는데. 요즘에는 거의 못 봤어요. 시간이 없어서." 내가 대답했다.

"그게요. 어떤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요. 어. 원래 엘리베이터 탈 때요. 안에 있는 사람이 먼저 내리고, 그 다음에 타야 되잖아요. 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고등학생들이 우르르 밀고 들어온 거예요. 대여섯 명?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탔어요. 그러는 바람에 그 안에 있던 남자가 못 내렸어요. 열 받잖아요. 그래서 그 남자가 애들한테 뭐라고 한 거예요. 사람이 내리고 나서 타라고요. 그 다음에 어떻게 됐을까요? 맞혀 봐요." 해원씨가 말했다.

"때렸어요?" 내가 물었다.

"네. 심하게요. 남자가 많이 다쳤는데요. 집안 형편이 어려웠나 봐요.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했대요. 그래서 몇 개월 동안 집에서 앓다가 결국 자살했어요." 해원씨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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