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113 7 0
                                    


  지하철 역 근처에 커피숍이 있었다. 일단 거기로 가보자. 도서관은 여기서 너무 멀다. 혹시라도 원장이 나를 찾을 수도 있으니까. 뭐 하나 마시면 되지. 두 시간은 앉아있을 수 있을 거다.

"원장님께는 말씀 드렸어요?" 이 선생이 물었다.

"아직이요. 확실히 결정되면 말씀 드리려고요." 내가 대답했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빨리 말씀 드리는 게 좋을 걸요. 정말 그만두게 된다면요. 새로운 사람 구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이 선생이 말했다.

"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밥 먹고 공부하러 간다는 거죠? 그러면 거기서 바로 수업하러 갈 거예요?" 이 선생이 물었다.

"네. 그러려고요." 내가 대답했다.

"공부는 어디에서 할 건데요?" 이 선생이 물었다.

"이제 찾아보려고요." 내가 말했다.

"이 근처에 공부할 만한 곳이 없을 텐데. 도서관은 여기서 너무 멀고. 너무 멀면 안 되잖아요. 혹시 원장님이 찾으면 바로 뛰어와야 되니까." 이 선생이 말했다.

"네. 그래서. 이 근처에서 해야 될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어디 없나? 잠깐만요." 이 선생이 젓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제가 찾아볼게요." 내가 말했다.

"여기에서 해도 되는데." 사장이 말했다.

"아, 여기서 해도 돼요?" 이 선생이 고개를 돌렸다.

"이 시간에는 손님도 없는데 뭐." 사장이 리모컨을 들어 올렸다. 텔레비전이 꺼졌다.

"여기서 해도 된대요." 이 선생이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방해 되잖아요. 제가 알아서 찾아볼게요." 내가 말했다.

"혹시 누가 오면 저기 구석에 앉아서 하면 되죠." 이 선생이 팔을 뻗었다.

"그렇게 해요. 돈 안 받을 테니까." 사장이 웃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찾아보면 있을 거예요." 내가 말했다.

"찾기 힘들 텐데." 이 선생이 말했다.

"한번 찾아볼게요." 나는 젓가락을 움직였다.

"고집 세네." 이 선생이 웃었다.

두 시에 점심을 먹는다. 점심 먹는데 삼십 분 정도 걸리지. 그럼 두 시 반. 수업은 네 시부터 시작이니까, 한 시간 반은 쓸 수 있겠다. 한 시간 반 동안 챕터 하나 보고. 집에 돌아가서 하나 더 보고. 그러면 되겠다.

"근데 공부 지겹지 않아요? 아직도 배울 게 남았어요?" 이 선생이 물었다. 나는 음식을 삼켰다.

"안 지겨워요?" 이 선생이 물었다.

"솔직히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지겨웠는데요. 그래서 교수님이 대학원 오라고 하셨을 때도 싫다고 그랬거든요." 내가 대답했다.

"네." 이 선생이 말했다.

"근데 지금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내가 말했다.

"왜요?" 이 선생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냥 그래요." 내가 말했다.

"대학원. 그럼 석사예요?" 이 선생이 물었다.

"네. 석사." 내가 대답했다.

"석사는 얼마나 걸려요? 삼 년?" 이 선생이 물었다.

"보통 이 년이요." 내가 대답했다.

"박사까지 할 생각도 있어요?" 이 선생이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유학?" 이 선생이 물었다.

"기회가 되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친구도 박사 되겠다고 미국 갔는데. 한 팔 년 됐나. 그런데 아직도 거기 있잖아요. 결혼도 안 했어요. 못 한 거죠. 자기 말로는 올해로 정말 끝이라는데. 박사학위 받는 게 그렇게 힘든가 봐요. 보통 어느 정도 걸려요? 팔 년이면 느린 거예요?" 이 선생이 물었다.

"아마 전공마다 다를 걸요. 인문 쪽이 조금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분은 전공이 뭔데요?" 내가 물었다.

"철학이요." 이 선생이 웃었다.

"아."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학위를 받아도 문제지. 본인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할 거예요. 한국에 돌아오지 말고 거기서 자리를 잡으면 좋은데. 쉽지는 않겠죠. 철수씨도 혹시 유학가게 되면 그냥 거기서 취직해요. 굳이 돌아올 필요 없잖아요." 이 선생이 말했다.

"네. 그런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내가 말했다.

"그게 현명한 거예요." 이 선생이 한숨을 쉬었다. "다 먹었으면 일어나죠. 공부하러 가야 되잖아요."

"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유학을 가려면 돈이 많이 든다. 보통 얼마나 들지? 한 학기에 천만 원? 이천만 원? 생활비도 있어야지. 등록금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 처음부터는 아니더라도. 결국은 그렇게 돼야 한다. 처음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고. 일단 한 학기 등록금만 어떻게든 만들자. 그리고 나머지는 거기 가서 해결하는 거다. 방법이 있겠지.

"아, 추워. 어제보다 더 추운 것 같지 않아요?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이 선생이 몸을 움츠렸다.

"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정말 괜찮겠어요? 이 근처에 공부할 만한 데 없을 텐데. 그냥 여기에서 하지." 이 선생이 말했다.

"한번 찾아볼게요." 내가 말했다.

"평소에 고집 세다는 소리 많이 듣죠?" 이 선생이 물었다.

"커피숍에서 하면 돼요." 내가 웃었다.

"커피숍 어디요?" 이 선생이 물었다.

"저기. 지하철 역 근처에 있는 거." 내가 대답했다.

"지하철 역 근처요? 지하철 역 근처에 커피숍이 있나?" 이 선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있던데요." 내가 말했다.

"아니면 학원 앞에도 있잖아요." 이 선생이 말했다.

"근데 거기는 다른 선생님들이." 내가 말했다.

"아, 그렇구나. 들키면 안 되지." 이 선생이 말했다.

"네." 내가 웃었다.

"내 생각에는 여기가 딱 좋은데. 몰라요. 알아서 해요. 난 사무실로 들어갈게요. 공부 열심히 해요." 이 선생이 말했다.

"네. 들어가세요." 내가 말했다. 이 선생이 뛰어갔다.

거기로 가 보자. 가 보고. 아니면. 어디로 가지? 일단 거기부터 가 봐. 가는 길에 뭐 찾을 수도 있으니까.

소설Tempat cerita menjadi hidup. Temukan seka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