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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소파에 누워 있었다. 어머니는 자고 있었다. 또 여기서 자네.

"엄마." 나는 어머니의 어깨를 잡았다. "엄마."

"어?" 어머니가 눈을 떴다.

"들어가서 주무세요." 내가 말했다.

"어, 왔어?" 어머니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소파에 앉았다.

"몇 시야." 어머니가 몸을 일으켰다.

"열한 시 다 됐어요. 리모컨 어디 있어요?" 내가 물었다.

"깜박 잠들었네." 어머니게 내게 리모컨을 건넸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텔레비전이 켜졌다.

"얘는 왜 오자마자 텔레비전이야. 가서 옷 갈아입고 손부터 씻어." 어머니가 말했다.

"네. 잠깐만 쉬었다가요." 내가 말했다.

"김준수 이거 아직도 안 들어왔지." 어머니가 물었다.

"들어오겠죠." 내가 하품을 했다.

"피곤하면 빨리 가서 씻고 자." 어머니가 말했다.

"안 돼요. 할 거 있어요." 내가 말했다.

"뭘 하는데. 내일 해." 어머니가 물었다.

"면접 준비해야 돼요. 대학원." 내가 대답했다.

"너 진짜 대학원 가게?" 어머니가 물었다.

"생각 중이에요." 내가 말했다.

"생각 잘 해. 응?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어머니가 말했다.

"네. 아빠는요? 아직 안 들어오셨어요?" 내가 물었다.

"몰라. 들어오든가 말든가. 몸이 아프니까 모든 게 다 귀찮다." 어머니가 배를 문질렀다.

"계속 그래요?" 내가 물었다.

"야, 김철수. 가서 위암의 증상이 뭔지 좀 찾아 봐." 어머니가 말했다. 내가 웃었다.

"응? 알았지?" 어머니가 웃었다.

"아이고." 내가 한숨을 쉬었다. "참."

"이건 그냥 체한 게 아니야. 뭔가 문제가 있어." 어머니가 말했다.

"위 내시경 언제 했는데요?" 내가 물었다.

"작년 겨울에 했던 거 같은데. 맞아, 작년 겨울에 했어."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럼 일 년 된 거네요." 내가 말했다.

"일 년 됐지." 어머니가 말했다.

"그럼 내시경을 해 보세요. 문제가 있는 거 같으면." 내가 말했다.

"근데 어떤 사람은 또 내시경을 너무 자주 하는 것도 안 좋다고 하더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일 년에 한 번 하는 게 너무 자주 하는 건 아니죠." 내가 말했다.

"근데 음식을 잘못 먹어서 그런 것도 있어. 음식을 계속 조심해서 먹어야 되는데. 조금 괜찮아졌다 싶으면 또 아무거나 막 집어 먹는 거야. 어쩌면 이렇게 미련하냐, 사람이. 어제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조금 괜찮았는데. 밥을 먹었으면 됐지. 밥 먹고 바나나를 왜 먹냐고, 바나나를. 그때부터 또 배가 아픈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바나나 먹었는데 배가 왜 아파요." 내가 말했다.

"과일이니까." 어머니가 말했다.

"과일 먹으면 배 아파요?" 내가 물었다.

"배 아프지." 어머니가 대답했다.

"왜요?" 내가 물었다.

"그게 속을 다 긁어 놓으니까. 위벽을." 어머니가 대답했다.

"바나나가 위벽을 긁는다고요?" 내가 웃음소리를 냈다. "뭐, 껍질까지 다 드셨어요?"

"하여튼. 저번에 텔레비전에 의사가 나와서 그랬어. 밥 먹고 과일 먹는 거 안 좋다고. 과일은 꼭 밥 먹기 전에 먹으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왜요?" 내가 물었다.

"무슨 산화가 돼서 안 좋다고 그랬는데." 어머니가 대답했다.

"엄마, 산화가 뭔지는 아세요?" 나는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얘가 왜 이렇게 따져.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지. 설마 의사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없는 말 하겠어?" 어머니가 말했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