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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해 보자. 내가 여기에 앉아 있다. 해원씨가 걸어온다. 내가 벤치를 두드린다. 해원씨가 앉는다. 조금 차가운데. 목도리. 나는 목도리를 접었다. 그리고 벤치 위에 내려 놓았다. 됐네. 이렇게 하면 되겠다.

"아." 내가 목소리를 냈다.

너무 작다. 조금 더 크게.

"아. 아." 내가 목소리를 냈다. "해원씨. 저는 교회를 다니잖아요. 저는 교회를 다니잖아요."

이 정도면 됐다. 나는 목도리를 집었다.

남자가 걸어왔다.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아홉 시 이십 분이었다. 십 분 남았다. 남자가 지나갔다. 나는 휴대폰을 닫았다.

자동차 달리는 소리다. 소리가 작아졌다. 자동차가 멀어진다. 조용하다.

발소리가 들렸다. 해원씨.

"철수씨." 해원씨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해원씨가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내가 말했다.

"언제 왔어요?" 해원씨가 물었다.

"방금." 나는 벤치를 두드렸다.

"여기 앉아요?" 해원씨가 웃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해원씨가 벤치에 앉았다.

"아." 나는 목도리를 접었다.

"왜요?" 해원씨가 물었다.

"이거." 나는 목도리를 벤치 위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 해원씨 쪽으로 밀었다.

"네? 아." 해원씨가 웃었다. "괜찮아요."

"차갑잖아요."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해원씨가 내게 목도리를 돌려주었다.

"어제 뭐 했어요?" 내가 물었다.

"아, 어제. 저녁때 친구들이랑 밥 먹고요. 집에 들어가서 쉬었어요. 한 아홉 시? 그때쯤 들어갔을 거예요." 해원씨가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원에서 바로 온 거예요?" 해원씨가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오늘 일찍 끝났네요. 원래 열 시에 끝나잖아요." 해원씨가 말했다.

"네. 이제 애들 방학이라서.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나요." 내가 말했다.

"방학. 부럽다." 해원씨가 말했다.

"부럽죠." 내가 웃었다.

"아! 나 물어보고 싶은 거 있는데." 해원씨가 말했다.

"뭔데요?" 내가 물었다.

"준영이? 맞아요?" 해원씨가 물었다.

"네. 준영이." 내가 대답했다.

"준영이 어떻게 됐어요?" 해원씨가 물었다.

"모르겠는데요."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못 만났어요?" 해원씨가 물었다.

"만났어요. 만났는데." 내가 대답했다.

"아직도 안 좋아요?" 해원씨가 물었다.

"아니요. 몸은 괜찮아요. 근데. 그, 전학 가는 거요. 축구부. 그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내가 눈썹을 긁적였다.

"어쨌든 다행이네요. 건강해서." 해원씨가 말했다.

"네. 아." 나는 가방을 열었다. "선물 많이 받았어요?"

"맞다. 빨리 선물 줘요." 해원씨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봉투를 꺼냈다.

"소설이에요?" 해원씨가 물었다.

"어?" 나는 해원씨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알았어요?"

"맞아요?" 해원씨가 물었다.

"네." 나는 해원씨에게 봉투를 건넸다.

"와. 두껍다. 고마워요. 잘 볼게요." 해원씨가 말했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은데."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 분명 재미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해원씨가 말했다.

"해원씨." 내가 말했다.

"네." 해원씨가 나를 쳐다보았다.

"할 말이 있어요." 내가 말했다.

"네." 해원씨가 말했다.

"해원씨는 저를 어떻게 생각해요?" 내가 물었다.

"철수씨요?" 해원씨가 웃었다. "어. 좋은 친구."

"저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교회를 다니잖아요. 그래서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믿거든요.

"저는요." 내가 말했다.

"네." 해원씨가 말했다.

"저는 당신이 좋습니다." 내가 말했다. 해원씨가 웃음소리를 냈다.

"왜 웃어요?" 내가 웃었다.

"놀래라." 해원씨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네." 해원씨가 말했다.

"해원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내가 물었다.

"어." 해원씨가 눈을 깜박였다. "철수씨가 솔직하게 말해 줬으니까 저도 솔직하게 말할게요."

"네." 내가 말했다.

"철수씨가 저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많이 놀랐어요.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음. 저는 철수씨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성으로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마음은 기쁘지만, 저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해원씨가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해원씨가 말했다.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해원씨가 말했다.

"모르겠어요. 그냥." 내가 한숨을 쉬었다.

"네." 해원씨가 말했다.

"지금 말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서." 내가 말했다. 해원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해원씨를 쳐다보았다. 해원씨가 웃었다.

"웃지 마요." 내가 말했다.

"네." 해원씨가 말했다.

"그럼 들어가죠. 추운데." 나는 일어섰다.

"근데 진짜 깜짝 놀랐어요." 해원씨가 일어섰다.

"저도요." 내가 말했다.

"설마 내가." 해원씨가 웃었다.

"네." 내가 웃었다.

"일요일에 운동하러 나올 거예요?" 해원씨가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왜요. 나와요." 해원씨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해원씨가 물었다.

"저는 이쪽으로 갈게요." 나는 팔을 뻗었다. "들어가세요."

"네." 해원씨가 말했다. 나는 몸을 돌려 걸었다.

"철수씨. 고마워요." 해원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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