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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영이가 소파에 누워있었다. 자는 건가? 나는 탁자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열두 시 이십 분이었  다.

"형 오셨어요?" 재영이가 몸을 일으켰다.

"잤어?" 내가 물었다.

"네. 밥 먹고 앉았는데." 재영이가 하품을 했다. "너무 졸려서."

"어제 늦게 잤어?" 내가 물었다.

"세 시쯤 잔 거 같은데. 어, 형 팔 왜 그래요?" 재영이가 물었다.

"부러졌어. 미끄러져 가지고. 근데 어떡하지? 자료를 다 못 만들었는데." 나는 팔을 들어올렸다. "타자를 치기가 힘들어서. 미안해."

"형. 지금 변명하시는 거예요?" 재영이가 웃었다.

"응." 내가 웃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뒷부분은 배운지 얼마 안 됐어요. 저희들은 괜찮아요. 형만 잘 정리하시면 돼요." 재영이가 말했다.

"그래? 내용은 다 봤는데. 자료도 반 정도는 만들었거든. 나머지는 말로 설명해 줄게." 내가 말했다.

"네." 재영이가 소파에서 일어나 걸어왔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정호랑 인수는?" 내가 물었다.

"도서관이요. 한 시까지 일로 오라고 했는데. 잠깐만요. 어디 있지 물어볼게요." 재영이가 휴대폰을 열었다.

"너는 여기서 공부한 거야?" 내가 물었다.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서요. 형, 면접은 잘 보셨어요? 어제 면접 봤다면서요." 재영이가 물었다.

"나는 늘 잘 본 것 같은데." 내가 웃었다.

"여기 좀 지저분하죠. 원래 일 학년 애들이 청소해야 되는데. 요즘 애들 진짜 말 안 들어요. 정호하고 인수 지금 온대요." 재영이가 말했다.

"응." 내가 말했다.

"형, 근데 어떻게 하실 거예요? 결정하셨어요?" 재영이가 물었다.

"뭘?" 내가 물었다.

"대학원으로 오실 거예요? 아니면." 재영이가 물었다.

"아.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내가 말했다.

"형 공부 더 하고 싶잖아요." 재영이가 말했다.

"더 하고 싶지. 그런데. 나 어제 면접 가서 중학교 동창 만났거든? 십삼 년 만에. 걔는 석사 마치고 왔더라." 내가 말했다.

"중학교 동창을 만났어요?" 재영이가 웃었다.

"응. 걔도 원래는 박사까지 하려고 했는데. 유학도 가고. 그런데 대학원 다니면서 여자친구를 만났나 봐. 빨리 돈 벌어서 결혼하고 싶대. 그리고 교수가 될 거 아니면 어차피 큰 차이 없다고 하던데." 내가 말했다.

"제 친구들도요, 여자친구 있는 애들은 거의 다 취직해요. 그게 의외로 중요한 거 같아요." 재영이가 말했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만약에 유학을 가기 힘들다면? 여기서 박사까지 할 생각 있어?" 내가 물었다.

"생각해 봤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유학 못 가게 되면 그냥 취직하려고요." 재영이가 대답했다.

"그래. 너는 그렇게 하면 되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요? 여기서 계속 공부 하실 거예요?" 재영이가 물었다.

"아니."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형도 그냥 취직하실 거죠?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재영이가 말했다.

"근데 봐 봐. 내가 올해 스물아홉이니까 내년이면 서른이지. 그러면 딱 이 년 만에 끝낸다고 해도 서른, 서른 하나, 서른 둘이잖아. 그러면 너무 늦지 않을까? 물론 석사학위는 있지만. 큰 도움은 안 될 거 같은데." 내가 말했다.

"형 올해 스물 아홉이에요?" 재영이가 물었다.

"응. 나 스물아홉. 저번에 말했잖아." 내가 대답했다.

"맞다. 형 휴학했다고 그랬죠." 재영이가 말했다.

"응. 그래서. 두 개 다 붙으면 어디로 가지? 어제까지는 그거 고민하고 있었거든. 둘 중에 하나만 붙으면 고민할 거 없다. 회사 붙으면 회사로 가고, 대학원 붙으면 대학원으로 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에 대학원만 붙으면 말이야. 정말 대학원으로 가는 게 맞을까? 이제는 그것도 모르겠어. 물론 내년이면 서른이니까, 취직하는 게 올해보다 더 힘들겠지. 그래도 서른두 살보다는 나을 거 아니야. 아닌가? 그래도 석사 학위가 있으면 더 나으려나?"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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