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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영이네 집은 구 층에 있었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 오랜만이네. 얼마 만이지? 저번 주 토요일. 금요일. 월요일에 수업했었나? 안 했지. 그래서 토요일에 보충하려고 했던 거잖아. 그러면 일주일 넘었다. 칠 층. 팔 층. 구 층.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렸다.

월요일에 수학 시험이 있다고 했으니까. 오늘 네 시간. 내일 두 시간. 여섯 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늘은 내용 정리 하고. 내일은 문제 풀고. 그렇게 하면 되겠네.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집에 있겠지. 설마. 현관문이 열렸다. 준영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준영이가 고개를 숙였다.

"어. 안녕." 내가 말했다. 준영이가 뒤로 물러났다.

"일찍 왔네." 나는 문을 닫았다.

"오늘 시험 봐서 빨리 끝났어요." 준영이가 말했다.

"너 입원했었다며. 어머님께서 그러시던데." 나는 신발을 벗었다.

"네. 잠깐만요." 준영이가 몸을 돌려 뛰어갔다. 나는 준영이 방으로 향했다.

준영이가 의자를 들고 들어왔다. 나는 의자를 받아 책상 앞에 내려놓았다.

"어디 아팠어?" 내가 물었다.

"그냥. 열 나고. 토 하고." 준영이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왜 그런 건데?" 내가 물었다.

"어지럽고. 몰라요." 준영이가 고개를 저었다.

"병원에서는 뭐라고 그랬는데?" 내가 물었다.

"몰라요. 엄마가 알아요." 준영이가 눈을 감았다.

"어쨌든 지금은 괜찮은 거지?" 내가 물었다.

"네." 준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피곤해?" 나는 의자에 앉았다.

"네." 준영이가 대답했다.

"그럼 한숨 자." 내가 말했다.

"정말이요?" 준영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어제 몇 시에 잤어?" 내가 물었다.

"새벽 한 시요." 준영이가 대답했다.

"새벽 한 시? 왜? 시험공부 하느라고?" 내가 물었다.

"네." 준영이가 대답했다.

"그래서 오늘 시험 잘 봤어?" 내가 하품을 했다.

"잘 본 거 같아요." 준영이가 대답했다.

"수학 시험은 월요일이지? 과학 시험은 언제야?" 내가 물었다.

"화요일이요." 준영이가 대답했다.

"그럼 월요일에 과학 정리하면 되겠네. 오늘하고 내일은 수학 하고. 내일도 수업 있는 거 알지?" 내가 물었다.

"네." 준영이가 눈을 감았다. "수학하고 과학 잘 봐야 돼요."

"응. 그래야지." 내가 말했다.

"다 맞아야 돼요." 준영이가 말했다.

"구십 점 이상은 다 에이라며. 그럼 구십 점만 넘으면 되잖아. 물론 다 맞으면 좋은데." 내가 말했다.

"다 맞아야 돼요. 그래야 전학 갈 수 있어요." 준영이가 말했다.

"아. 전학가도 된대? 부모님께서 허락하셨어?" 내가 물었다.

"아빠가요, 수학하고 과학 다 맞으면 보내준다고 약속했어요." 준영이가 대답했다.

"진짜로?" 내가 웃었다.

"네. 그래서 꼭 다 맞아야 돼요." 준영이가 말했다.

"그럼 정말 다 맞아야겠네. 야. 어쨌든 잘 됐다." 내가 말했다. 준영이가 몸을 일으켰다.

"기어이 전학을 갈 모양이네." 내가 웃음소리를 냈다. "너도 참 대단하다."

"근데 정말 다 맞아야 돼요. 하나라도 틀리면 안 돼요." 준영이가 말했다.

"저번에는 몇 개 틀렸는데?" 내가 물었다.

"수학은 하나요. 과학은 두 개." 준영이가 대답했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되겠네. 충분히 할 수 있어." 내가 말했다. 준영이가 하품을 했다.

"한숨 자라니까." 내가 말했다.

"진짜 자도 돼요?" 준영이가 물었다.

"한 삼십 분만. 그리고 나서 쉬는 시간 없이 하면 되지. 원래 오십 분 하고 십 분 쉬었잖아. 오늘 네 시간 수업이니까, 세 번 쉬어야지? 그럼 딱 삼십 분이네." 내가 대답했다.

"아. 그러면 되겠네." 준영이가 웃었다.

"근데 쉬는 시간 없이 세 시간 반 동안 공부할 수 있어?" 내가 물었다.

"세 시간 반은 너무 긴데." 준영이가 말했다.

"아니면 이십 분만 자고 중간에 한 번 쉬든지." 내가 말했다.

"이십 분이요?" 준영이가 하품을 했다.

"빨리 정해. 지금도 시간이 가고 있다고."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두 시 칠 분이었다. "야. 벌써 두 시 칠 분이다."

"그럼 이십 분만 잘게요." 준영이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피곤한가 보네. 아. 모의 시험지. 나는 가방을 열었다. 기본. 심화. 두 개 다 풀자.

"불 꺼?" 나는 시험지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네." 준영이가 대답했다. 나는 스위치를 눌렀다. 전등이 꺼졌다.

거실로 나간다. 여기 있는다. 그냥 여기 있자. 나는 바닥에 앉았다. 바닥이 따뜻했다.

잠깐만 눕자. 나는 바닥에 누웠다.

이러다 자겠는데. 알람을 맞춰 놓자. 혹시 모르니까.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두 시 십 분. 그러면 두 시 삼십 분까지네. 두 시 삼십 분. 삼십 분? 삼십오 분.

나는 눈을 감았다. 눈만 감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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