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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보자. 여기서 이 호선을 타야지. 그리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정거장을 간다. 그리고 사 호선으로 갈아탄다. 거기서부터 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열셋. 열세 정거장. 그러면 총 열여덟 정거장이네. 정거장 하나당 이 분이라고 하면 삼십육 분. 갈아타는 데 한 오 분. 길면 십 분. 그럼 사십육 분. 오십 분. 학원까지 딱 한 시간 걸리겠다.

"가자." 은석이가 말했다.

"응." 나는 몸을 돌려 개찰구로 향했다.

"너는 속 괜찮아?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은석이가 배를 문질렀다.

"지금은 괜찮은데." 내가 대답했다.

"그럼 바로 학원으로 가는 거야?" 은석이가 물었다.

"응." 나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기계 위에 올려놓았다.

천이백 원. 충전해야 되겠네. 나는 개찰구를 지났다.

"너는 어느 쪽이야?" 내가 물었다.

"나는 이쪽." 은석이가 팔을 뻗었다. "너는?"

"나는 이쪽으로 가야 돼." 내가 팔을 뻗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또 보자.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은석이가 웃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웃었다.

"가. 전화할게." 은석이가 말했다.

"너는 집에 가는 거야?" 내가 물었다.

"응. 가서 밥 먹고 조금 쉬다가. 저녁때 약속 있어서." 은석이가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 지하철 왔다. 나 먼저 갈게." 은석이가 말했다.

"어, 그래. 빨리 가." 내가 말했다.

"또 보자." 은석이가 뛰어갔다. 나는 계단으로 향했다.

벌써 수요일이네. 목요일. 금요일. 그러면 또 주말이다. 토요일에는 학교 가야 되고. 일요일. 해원씨.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철수씨. 사진 메일로 보냈어요. 나중에 확인해 봐요. 어색한 표정. 하하.

"음." 나는 볼을 긁적였다.

근데 다음 주 목요일이 생일이에요?

나는 해원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휴대폰을 닫았다.

준영이 수업을 세 번이나 빠졌다. 보충을 해야 되는데. 토요일. 토요일밖에 없다. 토요일 오후. 그럼 토요일 오후에 네 시간 하고. 아. 목요일부터 시험이라고 그랬지. 그럼 집에 일찍 오겠네. 금요일에 하자. 네 시. 두 시. 두 시에 만나면 되겠다. 금요일에 두 시간 더 하고. 나머지는 토요일에 하고.

휴대폰 벨이 울렸다.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해원씨였다.

어?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나 말해준 적 없는데.

그냥 찍었어요.

나는 해원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휴대폰을 닫았다.

전화 올 거 같은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해원씨의 전화였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내가 말했다.

"여보세요." 해원씨의 목소리였다. 내가 웃음소리를 냈다.

"왜 웃어요?" 해원씨가 물었다.

"아니에요. 그냥." 내가 말했다.

"근데 진짜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말한 적 있어요?" 해원씨가 물었다.

"아마 없을 걸요." 내가 대답했다.

"그럼 정말 찍은 거예요?" 해원씨가 물었다.

"네." 내가 웃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에이. 아니죠? 제가 말한 적 있죠?" 해원씨가 물었다.

"아니요. 없어요." 내가 대답했다.

"이상한데." 해원씨가 말했다.

"지금 집이에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 대기실이에요. 잠깐 쉬는 중이에요." 해원씨가 대답했다.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