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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끝난 거다. 끝난 건 생각하지 말자. 네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내일. 내일은 어떻게 되지? 일단 교회에서 돌아오면 열 시 반이고. 학교에 두 시까지 가야 하니까, 집에서 열두 시 반에는 나가야지. 그럼 두 시간이 남네. 아니다. 점심 먹어야지. 그럼 한 시간. 한 시간 정도 쓸 수 있겠다.

어머니가 식탁 위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빨리 앉아. 배고프겠다." 어머니가 말했다.

아니면 예배 끝나고 곧장 출발하자. 학교 도서관에서 하는 게 더 낫지. 집에서는 집중이 잘 안 되니까.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먹으면 되고. 아. 내일 일요일이구나. 학교 식당 안 한다.

"뭐 했어? 뭐 하는데 하루 종일 면접을 봐?" 어머니가 물었다.

"여러 가지. 장난감도 만들고." 내가 대답했다.

"장난감을 왜 만들어?" 어머니가 물었다.

"엄마는 안 드세요?" 내가 물었다.

"아까 조금 먹었어. 입맛도 없고. 잠을 못 자니까. 잠을 잘 자야 입맛이 당기는데. 잠도 못 자고, 거기에 먹지도 못하니까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지. 힘들어 죽겠다." 어머니가 말했다.

"의사가 아무 이상 없다고 했다면서요."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배가 아파서 잠을 못 자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니. 차라리 수면제를 먹어 볼까? 한 다섯 시간만 푹 잤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어머니가 말했다.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말했다.

"응?" 어머니가 물었다.

"한 번 먹으면 자꾸 먹게 될 걸요. 수면제 자주 먹으면 몸에 안 좋아요." 내가 대답했다.

"그래. 나도 그것 때문에 웬만하면 안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 일단 살고 봐야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아." 어머니가 말했다.

"근데 수면제는 잠이 안 올 때 먹는 거 아니에요? 엄마 잠은 잘 오잖아요. 오래 못 자는 게 문제지. 그래도 한 네 시간은 자죠?" 내가 물었다.

"길어야 네 시간이야." 어머니가 대답했다.

"아무 이상 없다니까 곧 낫겠죠." 내가 말했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되는지. 벌써 몇 달째냐고, 이게. 다른 사람은 다 멀쩡한데. 왜 나만 이러는지 몰라." 어머니가 말했다.

"다른 사람 다 멀쩡하지 않아요. 요즘 위장병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나도 있어요. 나도 가끔 여기가 쪼이는 느낌이 들면서 아파요. 그럴 때는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옆으로 웅크리고 자요." 내가 말했다.

"너는 또 언제 그랬어?" 어머니가 물었다.

"그리고 엄마 나이 되면 몸이 안 좋은 게 정상이에요. 다들 그래요. 엄마만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다들 그런 건 아니야. 재숙이 봐. 며칠 전에 만났는데 얼굴이 더 좋아졌어. 엄청 잘 먹어. 자기는 늘 입맛이 당긴대. 얼마나 좋아. 난 그런 애들이 제일 부러워." 어머니가 말했다.

"그 아줌마가 특별히 건강한 거죠." 내가 말했다.

"젊었을 때는 남편이 그렇게 고생을 시키더니. 이제는 아들 놈이 문제야. 내가 저번에 이야기했지? 재숙이 첫째 아들 말이야. 자기가 무슨 음식점을 한다고. 음식 장사는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아니, 할 거면 자기가 돈을 벌어서 하든가. 왜 엄마 돈에 손을 대냐고. 그게 어떻게 번 돈인데. 이 나이에 남의 집에 가서 청소하고 빨래하게 생겼어? 응? 엄마가 자기한테 무슨 죄 졌냐고. 이혼하고 이제 좀 편안하게 사나 싶었더니." 어머니가 말했다.

"무슨 음식점을 해요?" 내가 물었다.

"스페인 음식점이라고 그랬던 것 같은데." 어머니가 대답했다.

"스페인 음식이요? 특이하네." 내가 말했다.

"그나마 몸이라도 건강하니 얼마나 다행이야. 거기에 몸까지 안 좋았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해. 밖에서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도 몸이 멀쩡한 거 보면 말이야. 건강 하나는 타고 난 거지." 어머니가 말했다.

"건강해야 되니까." 내가 말했다.

"얼굴에 살이 올라서 포동포동해." 어머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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