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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좋기는 하다. 자리도 많고. 환하고. 학원에서 가깝고. 근데 그게 문제지. 너무 가까워서. 일단 한번 들어가 보자. 이 시간에는 사람들이 안 올 수도 있으니까. 오늘 하루만 시험 삼아 해 보고. 아니면.

"철수씨." 원장이 웃었다.

"어. 원장님." 내가 말했다.

"커피 마시게? 응? 커피 안 마신다며." 원장이 물었다.

"차 마시려고." 내가 대답했다.

"아, 차도 파나? 알았어. 들어와. 내가 한 잔 살게." 원장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원장을 따랐다.

"이 선생은?" 원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둘이 같이 나간 거 아니었어?

"이 선생님은 먼저 들어가셨어요." 내가 대답했다.

"그래?" 원장이 계산대 앞에 섰다.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 여자가 물었다. 점원이다.

"철수씨. 무슨 차? 녹차? 아니면 홍차? 또 뭐 있지?" 원장이 물었다.

"민트티도 있어요." 점원이 대답했다.

"저는 민트티." 내가 대답했다.

"민트티 두 개 주세요." 원장이 말했다.

"네. 민트티 두 개 주문하셨습니다." 점원이 말했다. 원장이 점원에게 카드를 건넸다.

"마시고 들어가자." 원장이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어디 앉지? 저 쪽으로 가자." 원장이 걸어갔다.

"네."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세 시였다.

"그래. 해 보니까 어때? 할 만해?" 원장이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앉자." 원장이 말했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가르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 중학교 과목이니까." 원장이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철수씨 나이가 어떻게 되지? 까먹었네." 원장이 웃었다.

"스물아홉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내년에 서른? 아직 창창하네." 원장이 말했다. 내가 웃었다.

"부모님께서는 무슨 일 하셔?" 원장이 물었다.

"아버지는 회사 다니시고요. 어머니는 집에." 내가 대답했다.

"어머니는 집에 계시고?"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내가 대답했다.

"형제는?" 원장이 물었다.

"남동생 있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동생도 졸업했어? 아니면 아직 대학생?" 원장이 물었다.

"네. 아직 대학생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부모님께서 든든하시겠다. 이렇게 큰 아들이 둘씩이나 있으니. 나는 딸만 둘이야." 원장이 말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는 대학교 삼 학년. 둘째는 고등학교 이 학년." 원장이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사진 보여줄까?" 원장이 휴대폰을 열었다.

"아니요." 내가 웃었다.

"왜?" 원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누가 소개해준대? 사진 보여준다고."

"그게 아니라." 내가 말했다.

"싫으면 말고." 원장이 말했다.

"아닙니다. 보여 주십시오." 내가 말했다.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돼. 억지로 볼 필요 없어." 원장이 웃었다

"보고 싶습니다." 내가 웃었다.

"정말이야?" 원장이 물었다.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는 철수씨 믿으니까." 원장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나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네 명이었다. 원장. 여자는 나이가 들었다. 부인이다. 그리고 딸. 첫째. 둘째.

"얘가 큰 애." 원장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얘가 작은 애. 이건 우리 와이프."

"네." 내가 말했다.

"어때?" 원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네?" 내가 웃었다.

"아니야." 원장이 휴대폰을 닫았다. "나온 거 같은데?"

"제가."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철수씨. 영수증." 원장이 내게 영수증을 건넸다. 나는 계산대 쪽으로 움직였다.

"주문하신 민트티 두 개 나왔습니다!" 점원이 컵을 쟁반 위에 올렸다.

"네." 나는 계산대 위에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빨대는 저쪽에 있습니다." 점원이 말했다. 나는 쟁반을 들고 돌아섰다.

가야 되는데. 뭐라고 하지? 가야 된다. 수업 때문에. 수업은 네 시부터고. 수업 준비 때문에. 그러면 학원에 들어가야 되잖아. 책 사러. 교재 사러. 서점에 간다.

"저, 원장님." 나는 쟁반을 탁자 위에 내려 놓았다.

"응?" 원장이 휴대폰을 두드렸다.

"저 먼저 가 봐야 될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왜?" 원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서점에 가야 돼서요. 교재 때문에." 내가 대답했다.

"아, 그래? 서점 어디 있는지 알아?" 원장이 물었다.

"서점. 저기. 그." 내가 말했다.

"지하철 역 나와서 오른쪽. 주차장 있고. 큰 건물. 일 층." 원장이 말했다

"네. 거기." 내가 말했다.

"지금 가려고?" 원장이 물었다.

"네. 거기 갔다가 바로 수업 가겠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가 봐." 원장이 말했다.

"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이거 가지고 가야지." 원장이 내게 컵을 건넸다.

"네. 감사합니다." 내가 말했다.

"수고해." 원장이 말했다. 나는 문을 향해 걸었다.

어디로 가지. 일단 나가자. 어쨌든 여기는 아니다.

소설Opowieści tętniące życiem. Odkryj je ter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