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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막이 이어졌다. 나는 몸을 끌어당겼다. 한 번만 더. 열 걸음만 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열. 나는 허리를 펴고 숨을 골랐다. 툭. 툭. 툭. 툭. 내 심장이 뛴다.

"철수씨." 해원씨가 말했다.

"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잠깐만요." 해원씨가 가슴을 들썩였다.

"네." 나는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마가 미끌미끌했다.

"여기 길 맞죠?" 해원씨가 물었다.

"네. 맞아요." 내가 대답했다.

"근데 너무. 뭐라고 하지? 험한데. 계속 이래요?" 해원씨가 물었다.

"아니요. 여기만 그래요. 저 위에서부터는 편해요." 내가 대답했다.

"조금만 쉬었다가 갈까요?" 해원씨가 물었다.

"네. 근데 저기 올라가서 쉬어요. 여기 앉을 데도 없는데." 내가 대답했다.

"알았어요. 잠깐만요." 해원씨가 배낭을 열었다. "물 좀 마시고요."

"뭘 그렇게 많이 가지고 왔어요?" 내가 웃었다.

"아니에요. 많이 안 가지고 왔어요. 물하고. 수건하고." 해원씨가 물병을 입에 대었다. 해원씨의 볼이 볼록해졌다.

"무거워 보이는데." 내가 말했다.

"물 마실래요?" 해원씨가 물병을 내밀었다.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아요."

"목 안 말라요?" 해원씨가 물병을 배낭에 집어넣었다.

"무거우면 주세요. 제가 들게요." 나는 배낭으로 손을 뻗었다.

"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안 무거워요." 해원씨가 말했다.

"그럼 요 위까지만 들어줄게요. 주세요." 나는 배낭을 잡았다.

"아니요. 철수씨. 정말로요. 정말 안 무거워요." 해원씨가 말했다.

"진짜 안 무거워요?" 나는 배낭을 들어 올렸다. 배낭이 무거웠다.

"네. 안 무거워요." 해원씨가 대답했다.

"무거운데." 내가 말했다.

"정말 괜찮아요. 들 수 있어요." 해원씨가 말했다.

"그러니까 요 위까지만 들어줄게요." 내가 말했다.

"제가 들게요." 해원씨가 말했다. 나는 배낭을 놓았다.

"가요." 해원씨가 배낭을 어깨에 멨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근데. 오늘 이거 끝나고 뭐 하지? 지금 몇 시야. 두 시. 올라가면 세 시. 세 시 반. 내려오면 네 시 반. 네 시 반이면. 저녁 먹기엔 너무 이른데.

"네 시 반." 내가 말했다.

"네? 뭐라고 했어요?" 해원씨가 물었다.

"해원씨는 보통 몇 시에 저녁 먹어요?" 내가 물었다.

"저녁이요? 어. 여섯 시 반쯤? 조금 늦으면. 일곱 시요." 해원씨가 대답했다.

"여섯 시 반." 내가 말했다.

"그건 왜요?" 해원씨가 물었다.

"이따가요. 내려오면 네 시 반쯤 될 거 같거든요." 내가 말했다.

"네." 해원씨가 말했다.

"근데. 네 시 반이면. 저녁 먹기엔 너무 이르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렇네요. 네 시 반은 조금 이르죠." 해원씨가 말했다.

"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어? 잠깐만요." 해원씨가 말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철수씨. 미안한데 전화 한 통만 받아도 돼요?" 해원씨가 물었다.

"네. 받으세요." 내가 대답했다.

"미안해요." 해원씨가 휴대폰을 귀에 댔다. "여보세요. 아니요. 밖에 나왔어요. 오늘은 촬영 없어요. 등산하러. 아니, 등산. 산에 왔어요. 응. 그냥. 운동 좀 해야 될 거 같아서요. 괜찮아. 그렇게 춥지 않은데. 아니요. 친구랑 왔어요. 근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