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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벨이 울렸다. 아침이다.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여섯 시. 오늘 월요일이지. 학원에 가야 한다. 일어나기 싫은데.

해원씨. 오늘 아침 일찍 촬영이 있다고 했다. 지금쯤 일어났겠지. 나도 일어나자.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주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주방에 들어왔다. 어머니가 나를 쳐다보았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내가 말했다.

"일어났어?" 어머니가 냉장고를 닫았다.

"네." 나는 컵에 물을 따랐다.

"너 목은 어때. 어제 아프다고 그랬잖아." 어머니가 물었다.

"계속 그래요." 내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어제 밖에는 왜 나가. 그 추운 날씨에 무슨 운동이냐고.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자기 몸 하나 챙기지를 못해." 어머니가 말했다.

"저는 밥 안 먹어요. 빵 먹고 갈 거예요."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식빵을 꺼냈다.

"밥 먹고 가지. 다 됐는데." 어머니가 말했다.

"빵 먹을게요. 아빠는요?" 내가 물었다.

"나가셨지." 어머니가 대답했다.

"벌써요?" 나는 찬장을 열고 토스터를 내렸다.

"그러니까 밥 안 먹는다는 거지? 그럼 가서 잠깐 누워야겠다." 어머니가 앞치마를 풀었다.

"왜 이렇게 일찍 나가셨어요?" 내가 물었다.

"몰라." 어머니가 의자에 앉았다. 나는 불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놓았다.

"계란이라도 먹어."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어제 준수 몇 시에 들어왔니?" 어머니가 물었다.

"모르겠는데요." 나는 냉장고를 열고 계란을 꺼냈다.

"너 몇 시에 잤는데." 어머니가 물었다.

"열두 시쯤이요." 내가 대답했다.

"그럼 그때까지 안 들어온 거야?"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았다.

스터디 준비를 해야 되는데. 시간이 없네. 오전에 하면 좋은데. 사무실에서 책 펴놓고 공부하기는 조금 그렇고. 점심 먹고. 어디서 공부를 하다가, 바로 수업 가면 될 거 같은데. 어디서 하지? 이 선생한테 물어볼까? 어차피 이 선생한테는 말해야 된다.

"목만 아파? 다른 데는 괜찮아?" 어머니가 물었다.

"몸살 기운이 있는 거 같은데. 몸이 쑤시는 게." 내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가 어제 두꺼운 거 입고 나가라고 그랬지. 그 얇은 코트 달랑 하나 걸치고. 응? 그러니 감기가 걸리지. 야, 그리고 너는 운동하러 나가는 애가 무슨 코트를 입냐." 어머니가 말했다.

"어제 걸린 거 아니에요. 토요일부터 그랬어요." 나는 손을 프라이팬 가까이에 댔다. 따뜻했다.

"토요일에 왜. 뭐 했는데 감기에 걸려?" 어머니가 물었다.

"학교 갔다가 왔잖아요. 그날 바람 많이 불었어요." 내가 대답했다.

"젊은 애가 바람 조금 맞았다고 감기에 걸려? 벌써부터 그래서 어떻게 해. 그리고 장갑은 왜 안 끼고 다니는데. 기껏 비싼 돈 들여서 사줬더니 옷장에 처박아 놓기만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깜박했어요." 나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렀다. 그리고 계란껍질을 깨뜨렸다.

"깜박하기는. 내가 너 장갑 끼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그리고 꼭 그날 학교에 갔어야 돼? 날씨 좀 풀리면 가라니까. 책 빌리는 게 뭐가 그렇게 급한 일이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책 빌리러 간 거 아니에요. 이제 그만하세요. 그걸 자꾸 이야기해서 뭐해요. 제가 언제 감기 걸린 게 엄마 잘못이라고 그랬어요?" 내가 말했다.

"책 빌리러 간다고 그랬잖아. 아니야? 그럼 학교에는 왜 갔는데?" 어머니가 물었다.

"교수님 뵈러요." 내가 대답했다.

"교수님은 왜?"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찬장을 열고 접시를 내렸다.

"응? 교수님은 왜."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숟가락으로 계란을 뒤집었다. 그리고 토스터에 식빵을 넣었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