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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교문을 지났다. 운동장이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공이 굴러갔다. 축구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저기 있네." 이 선생이 팔을 뻗었다. "장준영!"

"그냥 집에서 기다리면 안 돼요?" 내가 웃었다.

"그러면 편한데. 얘가 네 시까지 안 오니까. 철수씨가 알아서 하세요. 근데 진도 밀리면 주말에 보충해야 돼요." 이 선생이 웃었다.

"아."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 아이가 뛰어왔다. 준영이다.

"선생님. 잠깐만요. 전반전만." 준영이가 이 선생 앞에 섰다.

"안 돼. 벌써 오십 분이야. 빨리 가자. 가방 가지고 와." 이 선생이 말했다.

"아직 십 분 남았잖아요." 준영이가 말했다.

"집까지 가는 시간도 있잖아." 이 선생이 말했다.

"전반전만요. 네? 제발." 준영이가 말했다.

"전반전이 얼마나 남았는데?" 이 선생이 물었다.

"이십 분이요." 준영이가 대답했다.

"야, 안 돼. 빨리 가. 응? 가방 어디 있어?" 이 선생이 스탠드 쪽으로 걸어갔다.

"전반전만 뛴다고 벌써 말했단 말이에요." 준영이가 말했다.

 "그러면 안 되지. 오늘 네 시부터 수업 있는 거 알면서." 이 선생이 말했다.

"원래 세 시 반에 시작해야 되는데 늦었어요. 선생님이 청소 다시 하라고 그래서요." 준영이가 말했다.

"청소 대충하고 나와서 공 차고 있었지?" 이 선생이 물었다.

"아니요." 준영이가 대답했다."가방이." 이 선생이 가방을 집어 들었다. "이건가?"

"아니에요. 네? 선생님. 전반전만." 준영이가 말했다.

"안 된다니까." 이 선생이 가방을 내려놓았다. "너 이러면 주말에도 수업해야 된다."

"주말에 할게요." 준영이가 말했다.

"내가 싫어." 이 선생이 웃었다.

"그럼 십 분만요. 딱 네 시까지. 지금도 우리 편이 한 명 부족하다니까요." 준영이가 말했다.

"그래? 그러면 너는 공부하러 가고. 저쪽 팀에서 이쪽 팀으로 한 명 넘어오면 되겠네. 그럼 열 명씩 맞잖아." 이 선생이 말했다.

"어떻게 그래요. 반이 다른데. 아까 한 명이 가 가지고 지금 반장 엄청 열 받았어요. 지금 간다고 하면 저 죽어요." 준영이가 말했다.

  "수업 있어서 간다고 그래." 이 선생이 말했다.

"그런 거 안 통해요." 준영이가 말했다.

"안 통하면 어쩔 수 없고." 이 선생이 가방을 집어 들었다.

"알았어요. 그럼 딱 오 분만." 준영이가 말했다.

"이거 맞지?" 이 선생이 물었다.

"딱 오 분만 더 할게요. 그리고 집까지 뛰어가면 되잖아요. 그럼 네 시까지 갈 수 있어요." 준영이가 말했다.

"집까지 뛰어가겠다고?" 이 선생이 물었다.

"네. 그러면 되죠?" 준영이가 물었다.

"그럼 딱 오 분이야. 오십칠 분까지." 이 선생이 말했다.

"네." 준영이가 몸을 돌려 뛰어갔다.

"오 분만 기다려요. 앉아요." 이 선생이 말했다. 나는 스탠드에 앉았다.

  준영이가 공을 몰았다. 남자 아이가 달려들었다. 준영이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 잘 뛰네. 나도 어릴 때 축구 열심히 했는데.

"잘하는데요." 나는 발을 주물렀다.

"잘하죠." 이 선생이 나를 쳐다보았다.

"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 봐요?" 이 선생이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축구 안 좋아해요?" 이 선생님이 물었다.

"좋아하는데. 보는 거 말고 하는 거." 내가 대답했다.

"잘해요?" 이 선생이 물었다.

"아니요." 내가 웃었다.

"그럼 야구는요? 야구는 봐요?" 이 선생이 물었다.

"아니요. 야구도."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야구도 하는 것만?" 이 선생이 웃었다.

"근데 야구는 해 본 적이 없어요. 아니다, 한 번 해 봤구나. 고등학교 때. 딱 한 번 해 봤어요. 체육시간에." 내가 대답했다.

"재미있었어요?" 이 선생이 물었다.

"네. 재미있던데요." 내가 대답했다.

"야구 재미있죠.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이 선생이 말했다.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세 시 오십육 분이었다.

"몇 분이에요?" 이 선생이 물었다.

"오십육 분이요." 내가 대답했다.

"일 분 남았네." 이 선생이 말했다. 내가 웃었다.

"어쩔 수 없어요." 이 선생이 웃었다.

"매번 이래요?" 내가 물었다.

"거의." 이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는 아무도 없어요?" 내가 물었다.

"없죠. 엄마 아빠 둘 다 직장 다니니까." 이 선생이 대답했다.

"아. 요즘에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이제 가요." 이 선생이 일어섰다.

"네." 나는 구두를 신었다.

"준영!" 이 선생이 외쳤다. 아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준영이가 뛰어갔다.

"안 오는데." 내가 웃었다.

"장준영!" 이 선생이 외쳤다. 준영이가 남자 아이 앞에 섰다. 남자 아이가 준영이를 걷어찼다.

"어." 나는 일어섰다.  준영이가 고개를 숙이고 뛰어왔다.

"오네요." 이 선생이 말했다.

"쟤가 그 반장인 거 같은데." 내가 말했다.

"네." 이 선생이 말했다. 준영이가 다가왔다.

"가자." 이 선생이 가방을 내밀었다. 준영이가 가방을 받아 멨다.

"아, 준영. 여기 새로 오신 선생님. 김철수 선생님. 금요일부터는 여기 김 선생님이랑 같이 공부하는 거야. 인사해." 이 선생이 말했다.

 "철수요?" 준영이가 물었다.

"어." 내가 웃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준영이가 고개를 숙였다.

"다리 괜찮아?" 내가 물었다.

"다리요? 아. 네, 괜찮은데요." 준영이가 다리를 움직였다.

"쟤 싸움 잘하냐?" 이 선생이 물었다.

"네. 근데 제가 이겨요." 준영이가 웃었다. 내가 웃음소리를 냈다.

"근데 선생님 키가 몇이에요?" 준영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 백팔십 조금 넘는데." 내가 대답했다.

"야. 빨리 가자. 늦었어." 이 선생이 말했다.

"뛰어요?" 준영이가 물었다.

"아니. 뛰지는 말고. 빨리 걸어." 이 선생이 대답했다.

"지금 몇 시예요?" 준영이가 물었다.

"세 시 오십구 분. 네 시다." 이 선생이 대답했다.

"늦었네." 준영이가 말했다.

"괜찮아. 쉬는 시간 없이 하면 돼." 이 선생이 말했다.

"선생님. 뛰죠." 준영이가 말했다.

"아니야. 뛰지 마. 힘들어." 이 선생이 말했다.

"저는 뛸게요." 준영이가 몸을 돌렸다.

"야. 뛰지 마." 이 선생이 말했다. 준영이가 뛰어갔다.

"준영!" 이 선생이 외쳤다. 내가 웃었다.

"아. 저 아저씨가 진짜." 이 선생이 나를 쳐다보았다. "뛸 수 있어요? 발 괜찮아요?"

 "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그럼 천천히 뛸까요?" 이 선생이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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