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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학시험이 있었지. 내가 떨리네. 현관문이 열렸다. 준영이 어머니가 나를 쳐다보았다.

"어. 안녕하세요." 내가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 들어오세요." 준영이 어머니가 웃었다.

"네." 나는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 춥죠." 준영이 어머니가 현관문을 닫았다.

"네." 내가 말했다.

"준영이가 아직 안 왔네요. 제가 전화해 볼게요."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나는 준영이 방으로 향했다.

이제 몇 번 안 남았다. 금요일. 월요일. 금요일. 월요일. 네 번 정도 남은 거 같은데.

"선생님." 준영이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차 한 잔 드세요. 커피 아니에요. 녹차예요." 준영이 어머니가 웃었다.

"네." 내가 웃었다. "감사합니다."

"준영이 곧 올 거예요. 학교에서 청소하고 있나 봐요."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아. 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죄송해요. 수업을 자꾸 빠져서."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아닙니다. 아파서 그런 건데요 뭐." 내가 말했다.

"애가 자다가 막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방으로 뛰어가 보니까 열이 올라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약을 먹이고 재웠더니 그 다음 날 아침에 열은 내렸어요. 그런데 그날 밤에 또 그러는 거예요. 열이 오르는 건 감기 때문이라고 해도, 소리를 막 지르니까요. 본인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겁이 나는 거예요. 혹시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나."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앉아서 차 드세요."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준영이 어머니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무래도 검사를 해 봐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그리고 병원에 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이것 저것 다 해 봤어요. 그런데 아무 문제도 없대요."

"네." 내가 말했다.

"그러면 도대체 멀쩡하던 애가 왜 이러냐, 제가 물어봤죠. 그랬더니 의사 말로는 애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잠꼬대를 심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아니, 애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가 있지? 공부 때문에 그런가?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갑자기 왜 그러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그래서 다른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다시 받았어요. 거기서도 머리에는 아무 이상이 없대요.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러고 있는데. 애 아빠가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혹시 축구를 못 하게 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정말 그것 때문에 애가 아픈 건가 싶기도 하고." 준영이 어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네." 내가 말했다.

"애 아빠는 준영이가 원하는 대로 해 주자고 그러는데. 모르겠어요. 근데 희한한 게요." 준영이 어머니가 웃었다. "애 아빠가 준영이한테 그랬거든요. 이번 시험에서 수학하고 과학 만점 받으면 전학 보내 주겠다고. 그랬더니 그날부터는 또 멀쩡한 거예요."

"네." 내가 말했다.

"참. 쉽지 않네요."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는 소리를 해 가지고."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는 얘가 원래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나저나 정말 고민이에요. 어떻게 해야 될지."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전학을 갈 수가 있나요?" 내가 물었다.

"준영이는 된다고 하는데. 모르겠어요. 담임 선생님하고 얘기를 해 봐야죠." 준영이 어머니가 대답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 선수. 축구 선수 될 수 있으면 좋죠. 근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에요. 얘가 그걸 몰라요. 하면 다 되는 줄 알고."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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