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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부리가 다가왔다. 돌아간다. 뛰어넘는다. 뛰고 싶다. 다리가 걸린다. 엎어진다. 땅을 짚는다. 구른다. 다친다. 높지 않은데. 넘을 수 있다. 뛰어야지. 세게. 지금. 나는 발을 굴렀다. 몸이 떠올랐다. 돌부리가 발 밑으로 지나갔다. 몸이 떨어졌다. 해원씨가 나를 돌아보았다.

"음?" 나는 멈춰 섰다. 숨이 찼다.

"방금 뭐 했어요?" 해원씨가 물었다.

"네? 뭐가요?" 나는 고개를 돌려 돌부리를 쳐다보았다.

"아닌가?" 해원씨가 말했다.

"계속 뛰어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 이제 그만 뛸래요. 힘들어요." 해원씨가 웃었다.

"그럼 잠깐 쉴까요?" 내가 물었다.

"괜찮아요. 그냥 천천히 걸어요." 해원씨가 대답했다.

"네." 나는 앞으로 움직였다. 해원씨가 몸을 돌려 걸었다.

"그래서요?" 내가 물었다.

"네?" 해원씨가 나를 쳐다보았다.

"아까 뭐 얘기하다 말았잖아요." 내가 말했다.

"아. 아니에요. 다 했어요." 해원씨가 말했다.

"네? 다 했다고요? 아까, 그. 젊은 여자 두 명이 식당에 들어와서, 해원씨가 주문을 받으러 갔다. 거기까지 말했던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네." 해원씨가 말했다.

"그게 끝이에요?" 내가 물었다.

"네." 해원씨가 대답했다. 내가 웃었다.

"웃지 마요." 해원씨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그냥. 이상한 손님들도 많았다고요." 해원씨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또 내 얘기만 하고 있어. 응? 지금부터는 철수씨 이야기만 해요. 내 얘기는 여기서 끝." 해원씨가 말했다.

"제 얘기요? 아까 했잖아요." 내가 말했다.

"아까 언제요? 무슨 이야기? 면접 본다는 거?" 해원씨가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그거 말고요. 다른 거 해 봐요." 해원씨가 말했다.

"다른 거 없는데. 학원에서 중학생들 가르치는 거. 그건 알잖아요.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면접 준비하고요. 집에 있을 때는 컴퓨터 하거나 라디오 듣고. 일요일에 교회 가고. 그게 다예요. 어제 친구 결혼식 갔다 온 것도 말했고. 다음 주에 대학원이랑 회사 면접 있는 거. 그리고 어떻게 할 지 아직 고민 중이라는 거. 다 얘기 한 거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아니요. 그렇게 말하지 말고요. 조금 더 길게. 구체적으로." 해원씨가 말했다.

"구체적으로요?" 내가 눈썹을 긁적였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좋아요. 그럼 제가 물어볼게요." 해원씨가 말했다.

"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해원씨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학원에서."

준영이.

"아! 저번에 학원에서 재미있는 일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거 왜 얘기 안 해 줘요? 만나면 해 준다면서요. 빨리 해 줘요." 해원씨가 말했다.

"재미있는 일이요?" 내가 말했다.

"빨리요." 해원씨가 말했다.

"아, 준영이." 내가 말했다.

"네. 준영이. 준영이가 왜요?" 해원씨가 물었다.

"축구선수 되고 싶대요." 내가 대답했다.

"축구선수요?" 해원씨가 나를 쳐다보았다.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 해원씨가 웃었다.

"근데 문제는." 내가 말했다.

"네." 해원씨가 말했다.

"집에서 반대한다는 건데." 내가 말했다.

"왜요?" 해원씨가 물었다.

"아버님은 어떠신지 모르겠어요. 근데 어머님은 확실히 안 좋아하세요." 내가 말했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