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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이십 층. 문이 열리고 남자 직원이 복도로 나가 섰다.

"저 따라 오세요." 남자 직원이 말했다. 사람들이 밖으로 걸어나갔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내리세요." 여자 직원이 손으로 문을 잡았다.

"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복도 끝에 문이 보였다.

이걸로 정말 끝이다. 한 조당 삼십 분 정도 걸린다고 했지. 한 조가 다섯 명이니까. 그럼 한 사람당 육 분이네. 육 분만 버티면 된다.

"일단 앉으세요. 아직 앞 조가 안 나왔네요. 잠시 앉아서 대기할게요." 남자 직원이 말했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들어가시면 의자가 다섯 개 있거든요. 왼쪽에서부터 번호 순서대로 앉으시면 돼요. 앉기 전에 꼭 인사 하시고요. 한 사람이 대표로 하는 게 좋은데. 누가 하실래요?" 남자 직원이 물었다.

"차려. 경례. 이거요?" 남자가 물었다. 십일. 십이. 십삼 번이다.

"네." 남자 직원이 대답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남자가 손을 들었다. 십일 번이다.

"그럼 상훈씨가 해 주세요." 남자 직원이 말했다.

"네." 십일 번이 말했다.

"인사하고 의자에 앉으면 바로 시작이에요. 아까 말씀 드렸던 것처럼 한 삼십 분 정도 걸릴 거고요. 길어야 사십 분. 면접 끝나면 일어서서 다시 인사하고 나오시면 돼요." 남자 직원이 말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건가요? 아니면." 영한씨가 물었다.

"네. 바로 귀가하시면 돼요." 남자 직원이 대답했다. 영한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끝나고 바로 집에 가실 거예요? 이제 면접도 다 끝났는데." 남자 직원이 웃었다.

"일단 집에 가서 옷 좀 갈아 입고." 영한씨가 웃었다.

"아." 남자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옷 불편하죠."

"네." 영한씨가 대답했다.

"불편해 보여요." 남자 직원이 말했다. 사람들이 웃었다.

문이 열렸다. 여자가 걸어 나왔다. 그 뒤로 남자들이 따라 나왔다. 은석이가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아까 여러분들 대기하시던 장소 기억하시죠? 이 층이요. 거기로 가시면 돼요. 가서 교통비 받고 귀가하시면 됩니다." 남자 직원이 말했다. 사람들이 지나갔다. 은석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잘했어?" 내가 물었다.

"몰라." 은석이가 웃었다. "잘해라."

"일 있으면 먼저 가." 내가 말했다.

"아니야. 기다릴게. 이따가 봐." 은석이가 말했다.

"그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석이가 걸어갔다.

"오 분만 더 대기할게요." 남자 직원이 말했다.

손이 찼다. 나는 두 손을 비볐다. 긴장하지 말고.

"그러고 보니까 이 조는 전부 남자네요." 남자 직원이 말했다.

"네. 저희 조만." 십이 번이 말했다.

"너무 칙칙한데." 남자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들이 웃었다.

"어쩔 수 없죠. 대신 목소리라도 크게 내세요. 명랑하게. 표정도 조금 더 밝게 하시고요. 너무 심각한 얼굴 하지 마시고. 알았죠? 철수씨." 남자 직원이 웃었다.

"네." 내가 웃었다.

"팔은 어쩌다 그러셨어요?" 남자 직원이 물었다.

"길에서 미끄러져서." 내가 대답했다.

문이 열리고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남자는 나이가 들었다.

"바로 시작하지." 남자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남자 직원이 말했다. 문이 닫혔다.

"자. 이제 들어갈게요. 준비해 주세요." 남자 직원이 말했다. 사람들이 일어나 줄을 섰다. 나는 영한씨 뒤에 섰다.

"휴대폰 다 끄셨죠?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남자 직원이 말했다. 휴대폰은 밑에 두고 왔다.

"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목소리 크게 하세요." 남자 직원이 문을 열었다.

소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