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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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왕자가 들어오지 말라고 명령을 하니 다들 쩔쩔매고 있는 타이밍에 루이센이 등장한 것이다. 그에게는 즉위식을 무사히 진행할 의무가 있으니, 총대를 메고 방 안에 들어갈 적임자였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요.”

모두의 기대 어린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루이센은 열쇠로 잠긴 문을 따고 들어갔다. 방 안은 커튼을 쳐서 어두컴컴했다.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탈의를 위해 간이로 칸막이를 쳐 두었는데, 그 너머에서 1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우 예민하게 날이 선 목소리였다. 시종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납득이 갔다. 미래의 왕에게 즉위 전부터 찍히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루이센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왕이 불만을 가지면 뭐 어쩔 거란 말인가. 내가 하나뿐인 남부의 대영주고, 이제 곧 성인으로 추대될 텐데.

“곧 즉위식이 시작될 겁니다. 주인공이 방에 처박혀 계시면 되겠습니까?”

루이센은 목소리가 난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인정사정없이 칸막이를 치워 버렸다.

“……공작.”

1왕자가 놀라 루이센을 바라보았다. 1왕자는 장례 복장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로, 울고 있었다. 눈은 붉었고 뺨이 온통 축축했다.

1왕자는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혼자서 얼마나 서럽게 울고 있었던 거야? 다 큰 남자, 그것도 루이센 마음속에서 완벽한 형님이자 왕이었던 사람이 즉위식을 앞두고 혼자 울고 있었을 줄이야.

루이센은 의자를 끌어다가 1왕자의 앞에 두고 앉아 손수건을 건넸다. 금방 정리가 될 거 같지 않았다. 1왕자가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좀 더 훌쩍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추태를 보였습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1왕자였다. 나름 위엄 있는 목소리였지만 코맹맹이 소리가 나서 그다지 멋있진 않았다.

“왜 여기서 이러고 계십니까?”

“사람들 앞에서 울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걸 물어본 건 아니지만. 루이센은 뭐라고 물어야 할지 몰라 가만히 1왕자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1왕자가 알아서 입을 열었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장례식을 치르고 나니……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가 떠올라서 참을 수가 없더군요.”

“아…….”

루이센은 그때 왕의 죽음을 인형처럼 받아들이던 1왕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고 나니 내게 과연 자격이 있는 것인가…… 다 자신이 없어져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백작에게 조종되던 당시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물어보지 않았지만 1왕자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 루이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단심문관은 내가 이단과 연관이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잘못이 있습니다.”

그건 또 새로운 이야기인데? 1왕자는 고백을 이어 갔다.

루이센이 수도에 도착하기 얼마 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더블레스 백작이 1왕자를 찾아와 제안을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있던 왕이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다고 말이다.

“아버지를 건강하게 해 준다거나, 그런 말이었다면 듣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백작이 제시한 건 아주 잠깐 ……분 정도였어요. 그 정도라면…….”

백작이 왕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거나 하는 제안을 했다면 의심해 봤겠지만, 고작 오 분의 대화에 그리 큰 대가를 치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1왕자는 더블레스 백작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더블레스 백작이 요구하는 사람들을 왕성에 들어오게 허락하고, 짐승 같은 것을 준비해 주었다. 그가 요구하는 것들은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아니, 사실 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그냥 무시했죠. 그만큼 아버지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왕자님이 전하를 각별하게 생각하셨으니까요, 이해합니다.”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저는 그냥…….”

13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