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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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센과 칼튼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이번에는 포도주였다. 잔을 채우고 작게나마 승리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유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청량하게 울리고 보라색 액체가 흔들렸다.

“모리슨은? 아직도 심문 중인가?”

연회장에서 다 죽어 가는 악마숭배자를 하나 발견했다. 보톤 자작 행세를 했던 그놈이었다. 다들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 숨이 붙어 있었는지 그대로 모리슨이 데려갔다. 눈도 못 뜨는 사람을 어떻게 심문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모리슨은 피곤해하면서도 역시 공작님을 따라다니기로 한 게 정답이었다면서 무척 기뻐했다.

“좀 전에 잠깐 들렀는데 지금 한창 심문 중이더군요. 모리슨이 몇 가지 알아낸 걸 말해 줬습니다.”

악마숭배자들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숭배자라고 불리는 사제 계급에 해당하는 이들은 총 열두 명. 자기들끼리는 열두 사도에 맞춘다는 의도인 모양이다. 숫자를 붙여서 부르는데 그중 한 사람이 왕국에서 꽤나 고위직의 인물인 모양으로, 그 사람이 바로 루거의 아버지라는 모양이었다.

“아버지?”

“친아들은 아니고, 사생아라더군요. 그놈들끼리는 비밀도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아…….”

어느 귀족가 삼남이라는 신분은 역시 가짜였구나. 그럴 줄 알아서 별로 놀랍진 않았다.

“어느 귀족인지는?”

“거기까지는 아직이요.”

“쉽게 말 안 하겠지. 그래도 짧은 시간에 많이도 알아냈네.”

“예, 뭐……. 숨만 겨우 붙은 놈이 비명 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한지…….”

칼튼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단심문관의 악명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는 심문 장면이었다.

“하여튼 그 근처에 가지 마세요.”

칼튼마저도 질렸다는 표정이었다. 단기간에 다 죽어 가는 사람을 데리고 이만큼 알아낸 거면 분명 보기 좋은 꼴은 아니겠지. 루이센은 절대 한동안 모리슨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수도에도 놈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수도에?”

“네. 루거가 수도로, 왕궁에 다녀오기도 했다더군요.”

“왕궁이라…….”

루이센은 반사적으로 왕이나 1왕자를 떠올렸다가 이내 지웠다. 왕궁에는 많은 사람이 살았다. 하인이나 기사, 행정관료 등. 귀족 중에는 수도에 있을 때 아예 왕궁에서 거주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놈일까……. 왕궁에서 마주치기 전에 알아 두고 싶은데.”

루이센이 미간을 찡그렸다.

“더 알아내는 대로 공유해 주기로 했습니다. 지금 하는 대로면 금방 알아내겠네요.”

그래도 루이센의 얼굴이 펴질 줄을 모르니, 칼튼이 엄지손가락으로 루이센의 미간을 꾹꾹 눌렀다. 루이센은 잠깐 칼튼을 째려보았다가 그가 즐거워 보여서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

장난으로 시작된 손길이 점점 묘해졌다. 민감한 귀 뒤쪽을 진득하게 쓸어내렸다. 칼튼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사라졌다.

칼튼의 시선이 어찌나 열렬한지 루이센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숨을 내쉬는 것마저 긴장되어, 루이센은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가 칼튼이 턱을 쥐자 아예 눈을 감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칼튼의 입술이 루이센의 입술을 덮었다. 살짝 입을 벌리자 그 안으로 뜨거운 혀가 밀려들어 왔다. 칼튼에게서는 진한 포도맛이 났다. 칼튼도 자신과 같은 맛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끌어당기고, 더 깊이 탐닉했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상대의 열기와 촉감에 무아지경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루이센은 어느새 소파에 누워 있었고, 칼튼은 자연히 루이센 위에 올라탄 상태였다.

칼튼의 한쪽 무릎이 아슬아슬하게 루이센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루이센 위로 칼튼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루이센은 마른 침을 삼켰다. 긴장이 되면서도 은근히 기대감이 들었다.

그런데 칼튼이 손으로 루이센의 이마를 짚었다.

“왜?”

“공작님, 지금 열이 있어요.”

13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