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5 0 0
                                    

루이센은 칼튼이 마구간에서 살았고 말을 돌보는 일을 하다가 가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자네 승마 솜씨가 예사롭지 않더라니. 그래서 이놈도 잘 다루는 거구나?”

루이센은 당나귀 등을 쓸어내렸다.

“그건 타고난 겁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저보다 말을 잘 타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죠.”

칼튼은 잘난 척을 해 댔다. 무척 재수가 없었지만 칼튼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에 루이센은 짜증을 담아 칼튼을 노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전에 마을에서 낙오되셨을 때, 어떻게 하신 겁니까? 말을 부르셨죠?”

비너드의 영지로 출정을 나갈 때, 루이센이 마을에서 낙오되었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칼튼이 루이센을 구하러 왔을 때는 이미 너무도 아수라장이었다. 루이센이 먼저 소리 없는 휘파람으로 말의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칼튼도 금방 루이센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신호를 부르는 방법, 목초지에 말을 풀어 뒀다가 다시 불러들일 때 쓰거든요.”

“아, 그거 아는 분께 배웠네.”

“혹시 살살풀을 캐다 줬다는 그 사람 말입니까?”

“응. 그분.”

대화를 하다 보니 루이센은 자연스럽게 외팔의 순례자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회귀했다는 사실을 숨기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어린 시절에 만났다는 등, 거짓말을 해야 했으나 외팔의 순례자를 향한 루이센의 열렬한 마음은 숨겨지지 않았다.

“그분은 많은 곳을 다니시며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셨지. 현명하고 자비로우신, 진정한 성자셨어.”

말을 하다 보니 점점 흥이 오르면서 루이센은 외팔의 순례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는지를 열정적으로 늘어놓았다.

“그분은 내게 정말 잘해 주셨어. 많은 걸 알려 주셨지. 그분 덕에 세상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거야.”

“뭘 그렇게 많이 알려 줬는데요?”

“음……. 예를 들면…… 길에서 만난 누가 내 뺨을 치면 반대쪽 뺨도 내밀어 주래.”

“왜요?”

“그러면 그놈이 당황할 거 아니야? 미친놈인가 하고? 그 틈을 노려서 급소를 까 버리면 한 방에 제압할 수 있대. 나는 싸움을 못 하니까 그런 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인 거지.”

“……그런 의미로 한 말 같진 않은데요.”

“맞아. 그보다 더 훌륭한 의미가 담겨 있을 수도 있어. 내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으니 이렇게밖에 해석하지 못하는 거지.”

루이센은 씁쓸히 웃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칼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칼튼이 보기에 외팔의 순례자라는 놈은 수상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존경할 만한지도 모르겠다.

다만 루이센이 개떡 같은 소리 속에서도 교훈을 찾아 마음에 새길 정도로 그를 숭배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이해했다. 루이센은 꼭 사이비 교주에게 홀린 신도나, 첫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 같았다.

‘그놈이 그렇게 좋은가?’

칼튼은 괜히 짜증이 났다. 차라리 그런 이상한 놈보다 내가 낫지 않나? 화가 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속에서 뭔가 욱하고 끓어올랐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 산을 벗어나 그 기슭에 위치한 여관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들이 도착한 여관은 작은 오두막이었다. 낡고 더러웠으며 어디선가 비린내가 심하게 풍겨 왔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여행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곳이라 돈벌이가 될 거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태가 심각했다.

산속에서 칼튼이 말하길, 칼튼의 부하들은 서로 헤어졌을 때 합류하기 위해 자신들의 위치에 대한 단서를 칼튼이 지나갈 만한 몇 군데 장소에 남겨 놨을 것이라고 한다. 이 여관이 그 장소 중 하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실내는 더 가관이었다. 실내는 해가 들지 않아 어두웠고 뭔지 모를 뿌연 공기로 가득했다. 누가 들어오든 말든 주정뱅이들은 낮술을 마셔 대고 있었다.

루이센은 의심에 차서 칼튼에게 물었다.

“정말 자네의 부하가 이런 여관에 연락을 남겼을 거라고 생각하나?”

13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