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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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밀통로 어딘가에 칼튼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루이센은 비밀 통로를 바라보았다. 창문도 없고, 불을 피우지도 않았기에 통로의 너머는 어두컴컴했다.

‘……어두워.’

루이센이 주춤하자 모리슨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냥 제가 들어갈까요?”

“……아니. 내가 가는 게 나아.”

루이센은 모리슨보다 신체 능력은 떨어졌지만 왕성 구조에 익숙하고, 어릴 때 잠깐이지만 통로 안쪽을 탐험해 본 적도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통로 안쪽이 복잡하여 길을 잘 아는 사람이 혼자 가는 게 더 나았다.

물론 비밀통로가 너무 어두워 겁이 나긴 했지만 루이센은 마음을 다잡았다.

‘괜찮아.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모자와 겉옷을 벗어서 모리슨에게 건넸다.

“걱정 말고 기다려. 사람들 못 들어오게 잘하고. 억지로 들어오려고 하면 자네들이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

“네.”

루이센은 홀로 비밀통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통로 안쪽은 루이센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까다로웠다. 한 사람이 간신히 걸을 정도로 폭이 좁았고, 길은 구불구불하여 복잡했다. 발에 걸리는 것은 없지만 작은 촛불 하나에 의지하여 걷기에는 쉽지 않았다. 공기의 흐름에 촛불이 가늘게 떨렸다.

‘촛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아니야.’

불길한 상상이 떠올랐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더 눈을 부릅뜨고 앞을 살폈다.

“칼튼? 나야. 여기 있으면 대답해.”

조심스럽게 칼튼을 불러 보기도 했다. 귀를 쫑긋 세웠으나 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려 사라질 뿐, 돌아오는 소리는 없었다.

‘잘못 짚었나?’

확신에 의심이 들기 시작할 때쯤, 무언가 앞에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너무 비밀스러워 왕성 사람들도 모르는 비밀통로였다. 단서가 되리라 생각해 다가가 촛불을 비추었다.

그것은 옷이었다. 제복과 비슷한 느낌의 자켓으로, 여기저기 찢어지고 피가 묻어 넝마나 다름없었다.

‘핏자국이 그렇게 오래된 거 같지 않아.’

에니스가 말해 준, 칼튼의 마지막 인상착의와 비슷했고 옷의 크기 또한 칼튼의 체격과 비슷했다.

‘칼튼이 입고 있던 옷이야.’

루이센은 확신했다. 옷을 챙기고 주변을 조금 더 살펴보았다. 땅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진 자국이 드문드문 길게 이어져 있었다. 칼튼이 불편한 자켓을 벗어 던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선명히 떠올랐다.

루이센은 흔적을 따라갔다. 핏방울은 좁고 가파른 계단과 연결되어 있었다.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 예전의 루이센이 가 본 적 없는 또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끝에, 아치 형태의 문이 있었다.

‘저긴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뭔가가 문을 가리고 있었다. 커튼 같은 것을 걷어 내고 보니 책장이 나왔다.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왕의 서고로 연결되는구나.’

어디쯤인지 대충 예상이 갔다.

‘칼튼이 여기 있을 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확인을 위해 루이센은 책을 한두 권 뽑아냈다. 빈틈 사이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루이센은 눈이 부셔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밝은 빛에 적응이 되면서, 서서히 방 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위엄이 느껴지는 방의 풍경 속에, 1왕자가 서 있었다. 창문을 등지고 선 탓에 역광이 드리워, 루이센 쪽에서는 1왕자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서고 안에는 1왕자 외에도 두 명이 더 있었다. 루이센도 아는 얼굴들이었다. 더블레스 백작과 붉은 로브를 입은 아홉 번째 숭배자였다.

더블레스 백작이 악마숭배자와 함께 있는 것은 너무 예상대로라 놀랍지도 않았다. 하지만 1왕자는 달랐다.

‘1왕자…… 한패는 아닐 거라고 믿었는데.’

물론 1왕자도 한패일 수 있겠다고 의심하긴 했다. 하지만 루이센은 부디 그것만큼은 아니길 바랐기에, 다른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는 기대를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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