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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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지키고 선 악마숭배자는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평생 도망치기만 하던 자신이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준이 되었다는 사실이 몹시 흥분되었다.

“하하하! 제 발로 무덤에 걸어 들어오다니 멍청한 것들. 너희를 도와줄 빛은 어디에도 없다!”

악마숭배자의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구울과 백작의 기사들이 전방에서 성기사들을 압박했다.

“가랏!”

악마숭배자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을 맴돌던 사람 머리통만 한 박쥐 몬스터가 일제히 하늘에서부터 성기사들을 공격했다.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하여 치고 빠지고, 시야를 어지럽혔다.

“저놈들도 성안에서 놀고만 있던 건 아닌 모양입니다.”

칼튼이 평가했다. 루이센도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센 일행이 밖에서 준비하는 동안 백작도 왕성 내에서 싸움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신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신다!”

성기사들이 구호를 외쳤다. 그들의 주변으로 성스러운 푸른 불길이 일어났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진형을 갖추었다. 순식간에 일자(-) 모양으로 대형을 갖추며 앞뒤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 내었다.

개개인의 무력과 조직력을 놓고 봤을 때, 성기사들 쪽이 우세했다. 적의 공격은 제법 날카로웠으나 치명타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계속 이런 식이면 우리가 질 겁니다.”

칼튼의 표정은 어두웠다.

“왜?”

루이센이 물었다. 칼튼은 박쥐 몬스터를 날려 버리며 대답했다.

“시간이요.”

악마숭배자들은 성기사들의 진입을 막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치고 빠지는 식으로 공격을 하며, 성기사들을 붙잡아 두고 있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시시각각 건물을 휘감은 검붉은 안개는 짙어지고 있었다.

검붉은 안개는 악마숭배자들에게 힘을 준다. 의식이 진행될수록 악마숭배자들의 힘은 강해졌다. 악마숭배자들에게 성기사의 힘이 치명적이라면, 그 반대도 적용되었다. 푸른 불빛이 조금씩 약해지는 것이 보였다. 적당한 바람은 불길을 강하게 만들지만 너무 강한 바람은 불을 꺼뜨리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더 시간을 끌면 안 되겠습니다.”

모리슨은 결단을 내렸다. 그도 칼튼과 같은 판단을 내린 상태였다.

“조금 피해를 입더라도 돌격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인원이 전부 건물 안으로 진입하긴 어려울 거야.”

건물 입구는 상대적으로 좁았다. 성기사들이 모두 안으로 진입하려면 자연히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저와 두 분만 우선 진입합니다. 성기사들은 길을 뚫고 후방을 지키겠습니다.”

“그래.”

모리슨은 성기사들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돌격한다!”

성기사들은 화살표 모양으로 대형을 바꾸며 창을 앞으로 내세웠다. 빠르게 속력을 올리며 문을 향해 돌격했다. 그 모습이 하나의 거대한 창과 같았다.

“막아! 중앙으로 모여!”

악마숭배자가 급히 대응했다. 더 많은 구울이 몸을 내던지며 성기사들의 진로를 방해했다. 사방에서 몬스터와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만만치 않은 저항이었다. 성기사들은 오직 길을 뚫기 위해 그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 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성기사들이 타격을 입었으나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속도는 줄지 않았고 성기사들이 지나간 사이로 틈이 생겨났다.

성기사들이 부상을 감수하며 만들어 낸 기회였다. 칼튼은 능숙하게 제피스를 몰았고, 루이센은 방해가 되지 않게 몸을 수그렸다. 그 뒤로 모리슨이 따랐다. 세 사람은 바람같이 건물의 안으로 진입했다.

“젠장! 막아! 문을 막으라고! 뭘 하고 있어? 후방이 비었다! 신의 졸개들을 포위해!”

악마숭배자가 소리쳤다. 비록 틈을 허용하긴 했으나 그에게는 죽여도 죽지 않는 구울이 산더미처럼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구울들은 문 앞으로 몸을 던졌고, 성기사들의 추가 진입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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