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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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센이 왕성에 들어왔을 때, 당연하지만 칼튼도 따라왔다. 다만 일부러 눈에 띄지 않도록 루이센의 주변이 아닌, 다른 수행원들의 틈에 섞여 있었다.

어차피 루이센의 옆에서 밀착 호위는 불가능하다. 정체가 들키면 루이센이 곤란해지기도 하거니와, 왕의 침실에 기사나 하인이 따라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뒤에 숨어서 루이센을 지키는 것이 낫다.’

루이센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더블레스 백작이 언제 또 무슨 꿍꿍이를 꾸밀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루이센이 왕의 침실로 들어간 뒤, 공작가의 기사들은 미리 부여받은 임무대로 성문을 열기 위해 비밀통로로 흩어졌다. 하지만 칼튼은 남아서 적당한 장소에 몸을 숨기고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한참 기다리자 왕의 죽음이 방 밖으로 전해졌다. 백작이 방에서 나와 어디론가 향하는 것을 보았다. 잠시 후, 루이센이 1왕자와 나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튼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급히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에 충분한 거리를 두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1왕자가 루이센을 방 안으로 밀어 버리는 모습과 뒤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더블레스 백작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함정이었구나!’

1왕자를 미끼로 루이센을 유인했음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루이센이 곤경에 처했다! 칼튼은 당장 달려가 루이센을 구하고 싶었으나, 이를 악물고 참았다.

이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이 뒤에 남은 것이니 말이다.

‘굳이 함정을 파서 유인한 걸 보면, 백작은 루이센을 해칠 마음이 없어. 다른 계획이 있는 거 같은 낌새인데…… 일단 가둬 두려나?’

상황 파악을 마친 칼튼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더블레스 백작은 계속해서 방심해 주는 게 루이센을 구하기 좋았다.

그는 좀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어슬렁거리는 백작의 기사를 하나 잡았다. 기사의 갑옷과 투구를 빼앗아 위장을 한 뒤, 태연하게 지하 감옥 쪽으로 향하는 백작의 기사와 합류했다.

그리고 백작이 충분히 멀리 떠나자, 백작의 기사를 제압한 것이다.

칼튼은 서둘러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다. 눈에 띄지 않도록 제압한 기사를 지하 감옥 안에 밀어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하 감옥 안은 어두컴컴했으나 칼튼은 루이센을 금방 찾았다. 루이센은 철창 안에 쓰러져 있었다. 겉옷을 벗겨 갔기에 무척 춥고 불편해 보였다.

칼튼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제일 좋은 방에 곱게 모셔도 마땅치 않은데 저렇게 막 방치해 두다니! 어떻게 저런 극악무도한 짓을 할 수 있지?

캉!

쇠사슬과 자물쇠는 간단하게 부숴 버리고, 칼튼은 루이센을 안아 들었다. 호흡이 안정적인 걸 보아 잠이 든 상태 같았다.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무슨 악몽을 꾸는지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여 가슴이 아려 왔다.

‘그 이상한 힘을 쓴 거 같군.’

칼튼은 따로 챙겨 둔 성수를 꺼내어 루이센의 입안으로 흘려보냈다. 루이센이 제대로 삼키지 못하자 자신의 입에 성수를 머금고 루이센의 입으로 전달했다. 그런 뒤 초조한 눈길로 루이센을 살폈다.

다행히 루이센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루이센은 아주 끔찍한 악몽을 꿨다. 너무 실감 나서 정신을 차리고도 어느 것이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꿈속에서 느낀 온갖 두려움과 불안감이 루이센을 따라붙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루이센?”

루이센을 이끈 것은 칼튼의 목소리였다. 그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눈을 떴다. 시야 한가득 칼튼의 얼굴이 보였다.

‘칼튼…….’

그 순간 생생했던 악몽도 연기처럼 사라지고 질기게 따라붙던 부정적인 감정이 싹 잊혔다. 칼튼의 얼굴과 그를 다시 만난 반가움만이 가슴 속을 가득 채우며,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역시 나의 칼튼이야.”

루이센은 그대로 칼튼의 멱살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칼튼이 드물게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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