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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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왜 대영주들이 왕성으로 몰려오는데?”

대영주는 왕국의 네 지역을 대표하는 지배자였다. 수도에 머물던 루이센이 극히 특이한 경우로, 대게는 자신의 영지에 머물렀다. 신년이나 국가의 큰 행사가 아니고서는 네 명의 대영주가 함께 모이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 미리 연락도 없이, 네 명의 대영주가 함께, 몹시도 다급히 왕성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뭐지? 뭐 큰일이라도 난 거 아냐?”

그런 의심이 들 만큼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대영주들이 급히 왕성을 찾아야만 할 시급하고 중대한 일.

수문장들은 자연스럽게,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늙은 왕을 떠올렸다. 수문장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대영주들의 마차는 이미 그들의 코앞에 도착했다.

“무, 무슨 일입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문장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하를 뵈러 가는 중이다. 성문을 열어라.”

“전하? 전하요? 하지만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명령이…”

“대영주님들의 의무를 방해할 셈이냐!”

북부 대영주의 기사가 고압적으로 호통을 쳤다.

‘왕이 죽었나 보다!’

설마가 확신으로 변했다. 왕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 상황에 대영주들이 다급하게 수행할 의무라면 아무래도 그 일밖에 없지 않겠는가!

상식적으로 왕이 죽었으면 왕성 밖에 머무는 대영주들보다 왕성을 지키는 수문장에게 먼저 소식이 전해졌을 것임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영주가 한 번에 몰려왔다는 이례적인 상황에 대한 당혹스러움 그리고 대영주와 그를 따라온 한 무리의 기사들이 자신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는 압박감은 정상적인 생각을 어렵게 했다.

“문, 문 열겠습니다.”

수문장들은 허둥대며 문을 열었다.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면서, 대영주들을 태운 마차와 그들의 일행은 막힘없이 쭉쭉 왕성의 안으로 달려갔다.

대영주들을 모두 데리고 급박하게 들이닥친다는 루이센의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

왕성은 하늘을 향해 솟은 첨탑이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다섯 개 층으로 이 시대에 보기 드문 고층 건물에, 창문이 작아 어딘가 위압적인 느낌을 풍겼다.

왕성의 본 건물 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대영주들이 성문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왕실 기사단장과 왕실 시종장, 시종, 그리고 왕성에 머무르고 있던 귀족들까지 부랴부랴 나온 것이다.

“다짜고짜 왕성으로 쳐들어오다니, 대영주님들은 대체 무슨 생각들이신 건가요?”

“그분들도 답답할 만하지. 1왕자님 행동은 우리도 답답할 지경이니…….”

“쉿. 온다.”

대영주들이 차례로 마차가 도착해 대영주들이 내렸다. 네 명의 대영주 모두 각 지역의 대표이자 지배자라는 위명에 걸맞은 위엄 있고 화려한 차림이었으나, 사람들의 시선은 루이센 한 사람에게 쏠렸다.

혼자만 성기사들의 호위를 받고 있다는 것도 특이하긴 했지만,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루이센은 무릎까지 오는 케이프 코트를 입고 있었다. 부드러운 크림색 원단에는 부드러운 윤기가 흘렀고, 금사로 넝쿨 같은 문양의 자수가 놓여 화려했다. 둥근 모자도 썼는데, 루이센의 고개가 움직일 때마다 얼굴 옆으로 타고 내린 보석 장식이 흔들리며 반짝임을 더했다.

자칫하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화려했으나, 루이센의 화려한 외모가 받쳐 주자 전혀 과해 보이지 않았다. 화려한 의상은 루이센의 청순한 이목구비를 더 돋보이게 해 주었으며, 그의 달라진 표정, 심지가 굳건해진 것이 드러나는 침착한 분위기와 근사하게 어우러졌다.

그런 차림으로 흰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니 꼭 하늘에서 내린 성자라도 되는 것 같았다.

순간 루이센을 둘러싼 이런저런 논쟁은 싹 잊히고 그 비현실적인 외모만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채웠다. 루이센이 제멋대로인 행실을 가지고도 욕보다 사랑을 더 많이 들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3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