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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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계단을 바라보았다. 계단은 위로도, 아래로도 이동할 수 있었다.

“일단 어느 쪽으로 갈지부터 정하죠.”

당장 의식의 장소를 모르니 방향부터 정하자는 게 칼튼의 제안이었다. 루이센도 동의했다.

“일단 1층은 아니에요.”

만약 의식 장소가 1층에 있었다면 건물 입구에서부터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도 많이 다녀서 은밀히 의식을 준비하기 적절하지 않았다.

“지하도 아닐 거야.”

루이센이 추측했다. 지하에는 식료품 창고나 와인 저장고 같은 게 많아서 사람이 자주 오간다.

“그럼 일단 올라가죠.”

“그래.”

두 사람은 빠르게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계단은 2층에서 끊겨 있었다.

“3층으로 가는 계단은 다른 데 있어.”

왕성의 외관은 꼭짓점이 뾰족하게 치솟은 오각형 모양으로, 첨탑이 촛대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부가 단순할 거 같지만 보안을 위해 공간을 잘게 쪼개 어지럽게 배치하여 매우 복잡했다. 어디가 어디인지, 길을 외우는 데만도 한참이 걸려 매년 신입으로 들어온 시종이 길을 잃고 울면서 구출되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다행히 루이센은 2왕자에게 끌려다니며 왕성을 누볐기에 구조에 익숙한 편이었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헤매는 일 없이 2층 복도를 내달렸다.

루이센이 방향을 지시하고, 칼튼은 조금 더 앞에 뛰었다.

2층의 상황은 1층과 비슷하게 처참했다. 복도 가득 검붉은 안개가 옅게 깔려서,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한두 명을 확인해 보니, 의식을 잃긴 했지만 숨은 붙어 있었다.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 루이센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을 방치해 두고 있지?’

백작은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재물로 바친다고 했는데, 이렇게 방치해 두는 이유가 뭐지? 전부 다 죽일 생각은 없다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오래 생각하지는 못했다. 백작의 기사 서너 명이 시야가 제한된 것을 이용해 사각지대에서 루이센과 칼튼을 공격해 왔다. 루이센은 움찔하며 몸을 사렸다. 그사이 칼튼이 순식간에 백작의 기사들을 제압했다.

3층에 도달하기까지, 백작의 기사들이 수시로 기습을 해 왔다. 병력이 2층에 집중된 것 같았다.

‘그럼 3층이 의식의 장소인가?’

3층에는 왕의 침실 및 왕족을 위한 공간이 있으니, 그럴듯한 짐작이었다. 기대를 품고 두 사람은 3층에 올라섰다.

칼튼은 더한 공격이 쏟아질 거라 예상하며 감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3층은 2층에 비해 훨씬 더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성수를 마신 루이센과 칼튼조차 부담스러운 정도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3층의 복도를 걷는 동안, 어떤 기습도 없었다.

그어어.

구울만 느릿하게 복도를 배회하고 있었다. 행동을 봤을 때 조종을 받는 거 같진 않았다.

“3층에서 지나친 구울들이요. 전하의 침실 앞을 지키던 시종이었어요.”

칼튼이 말했다.

“1, 2층과는 다르게 3층의 사람들은 다 죽어, 구울이 되어 버린 건가? 그럼 대영주들은?”

루이센과 칼튼은 급히 왕의 침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왕의 시체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칼튼이 카펫에서 사람을 끌고 간 흔적을 찾아냈다.

“다른 장소로 옮긴 모양입니다. 여긴 의식의 장소는 아니고요.”

“……그런가.”

루이센은 보톤 자작의 저택에서 악마숭배자들이 살려 둘 사람과 죽일 사람을 선별하던 것을 떠올렸다. 이번에도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오면서 본 사람들은 다 죽을 사람이란 말이군. 방치해 둔 이유를 알겠어. 의식이 진행되면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는 건가.”

여기까지 오면서 본 사람들을 떠올리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이 순간에도 그들은 죽어 가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래도 의식의 장소에 점점 가까워지는 거 같습니다.”

칼튼의 말에 루이센도 동의했다.

13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