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0 0 0
                                    


통상 큰 바위 옆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은 숲속 깊이 외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주로 숲에서 나는 자원을 채취해 콘포세 등의 도시에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 갔다.

이곳 숲은 울창했고 다양한 자원과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물론 몬스터도 있었으나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냈다. 대단히 좋은 것은 없지만 특별히 나쁘지도 않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마을의 평화가 깨진 것은 바로 한 달쯤 전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숲에 거대 지네가 살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디서 와서 왜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냥 갑자기 아무 전조도 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리치는 것처럼 놈은 이 숲에 살기 시작했다. 놈은 왕성한 식욕으로 닥치는 대로 살아 있는 것들을 먹어 치웠다고 한다. 사람, 동물, 몬스터 가리지 않고 말이다.

“놈은 정말 괴물이었습니다. 날붙이가 전혀 통하지 않았어요. 크기는 또 어찌나 큰지…….”

거대 지네의 힘과 끔찍한 몰골에 마을 사람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거대 지네를 퇴치하기는커녕 자경단이 온 힘을 모아도, 울타리와 지형의 도움을 받아 놈을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게 고작이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마을 속으로 숨어들었다. 감히 지네와 대적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콘포세나 영주 쪽에 도움을 요청하진 않았나요?”

“그러고 싶어도 어디 마을 밖으로 나갈 수가 있어야지요. 어찌나 예리한지…….”

아무리 조심스럽게 움직여도 거대 지네는 귀신같이 사람들이 마을을 나온 것을 눈치채고 공격했다. 마치 숲속 어디에나 지네의 눈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몇 번이고 도움을 요청하러 사람을 보냈으나 전부 지네에게 잡아먹혔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무도 마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겨울을 대비해 비축해 놓은 식량이나 까먹고 있으니……. 사실 이번 겨울을 넘길 수 있을지 우리끼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오늘, 지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걸 확인하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끝에 어렵사리 지금 이 세 명의 남자가 나선 것이라고 했다.

“오면서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저 괴물이 살아 있으면 어쩌나, 저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나타난 건 아닌가.”

거대 지네의 비명 소리는 너무도 끔찍했다. 소리가 귓속을 긁어내리는 것 같았다. 비명 소리를 향해 다가가는 내내 딱 오늘 여기서 죽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니 그곳에는 지네의 사체와 사람이 있는 게 아니던가.

사실 칼튼만 혼자 서 있었더라면 그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을 것이다. 자경단이 다 달라붙어도 생채기 하나 못 낸 거대 지네를 혼자서 잡다니. 그게 어디 평범한 사람이겠는가. 하지만 순례자가 함께하고 있으니 짧은 순간에 적어도 위험한 사람은 아니겠다는 판단이 서서 말을 걸게 되었다.

루이센은 마을 사내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내내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콘포세의 경비대장이 몇 번이고 마을에 사람을 보냈다고 했어요. 그 사람들을 보진 못했나요?”

“……지난 한 달 사이에 새롭게 마을에 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네가 루이센과 칼튼을 공격한 것처럼, 경비대장이 보낸 사람들도 공격했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아마 살아 있긴 힘들겠지.

“……그래서 완전히 연락이 끊긴 거군요.”

마을 사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어떻게 된 정황인지는 이해가 갔다. 멋모르고 죽인, 저 거대한 지네가 모든 일의 원흉이었던 것이다.

그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얼떨결에 문제를 다 해결해 버린 셈이었다.

대충 사연을 다 듣고, 루이센은 슬그머니 걸음을 늦추며 칼튼의 옆에 붙었다.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다는 티를 팍팍 내자 마을 사내들은 조용히 앞장서 갔다. 거리가 벌어지자 루이센은 칼튼의 팔을 당겼다. 칼튼은 루이센의 말을 듣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심하며 루이센은 칼튼의 귀에 속닥거렸다.

“일이…… 다 해결되어 버렸네?”

“그러려던 건 아닌데, 잘되었죠.”

칼튼도 작게 대답했다.

13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