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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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기사단은 저택 내부에 침범하지 않았지만 저택 주변은 철저하게 감시했다. 밤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아, 조직적으로 공작가를 포위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왕실 기사들이 제대로 감시를 하지 않고 자신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들은 꽤나 심각한 분위기를 풍겼다.

‘무슨 일이지?’

루이센은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보로스 경이 왕실 시종의 옷차림을 한 남자와 싸우고 있었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루이센에게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보로스 경은 무언가 종이를 꾹 쥐고 팔을 저어 가며 격렬하게 흥분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에 반해 왕실 시종은 차분하고 완고하게 서 있었다. 그들의 몸짓만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왕실 시종이 무언가 명령을 전했고 보로스 경이 그것에 반발하는 것 같았다.

‘기사들까지 동요하는 걸 보면 보통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어서 귀를 쫑긋 세웠지만, 왕실 시종이 떠나는 것으로 상황은 금방 마무리가 되었다. 별 소득 없이 루이센은 방으로 돌아왔다.

***

다음 날 아침.

루이센은 산책을 하겠다며 정원으로 나왔다. 신선한 공기와 자연을 만끽하는 척하면서 왕실 기사들을 훔쳐보았다.

어젯밤에 목격한 장면이 계속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왕실 시종이 오밤중에 남몰래 보로스 경을 찾아와 무언가 명령을 전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상한데, 보로스 경이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 그의 반응은 그 명령이 그저 그런 시시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듯했다.

새로 전달된 명령이 자신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왕실 기사들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관찰하고, 새로운 명령에 대한 단서를 잡고자 했다.

그러나 왕실 기사단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재수 없을 만큼 엄격하고 조직적인 모습에서는 어젯밤 보였던 동요와 불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한결같이 저택을 감시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루이센이 근처로 오자 창을 바짝 쥐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하다. 별일 아니었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더구나 죽음의 기사가 나타난 것에서부터, 자신이 보로스 경과 왕실 시종의 다툼을 목격한 그 흐름이 너무도 절묘했다. 회귀 전이야 죽음의 기사가 자신을 멀리서 지켜보던 일이 흔했지만 회귀한 뒤에는 처음 있는 일었다.

루이센이 의심을 못 버리고 얼쩡거리고 있는데, 보로스 경이 다가왔다.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산책을 하고 있었네.”

“한 시간째 저택의 정문 근처에서요? 여긴 산책로도 아니지 않습니까?”

“내 집 안에서 어디를 산책하든, 내 자유 아닌가. 설마 왕자님께서 내 산책 경로까지 정해 주시던가?”

루이센은 찔렸기 때문에 일부러 더 세게 나왔다. 보로스 경은 입씨름을 하기 싫은지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불쾌하셨다면 부디 용서하시길.”

“그래. 받아 주지.”

루이센은 관대한 척 거드름을 피우면서 보로스 경을 관찰했다. 그는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기왕 만난 김에 한번 찔러나 볼까?

“어제 공작가에 손님이 한 명 찾아온 거 같던데.”

“손님이요? 저택의 방문은 모두 거절하고 있습니다.”

“보통 손님이 아니지 않나. 왕실의 사람을 문전박대했다고 소문이라도 날까 봐 걱정이 돼서 말이야.”

“별거 아니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던데. 내가 언뜻 들었는데 말이야.”

“……명령은 서면으로 받았습니다. 또 대화를 들을 수 있는 범위에는 사람을 두지 않았고요.”

“왕자님께서 새로운 명령을 내린 거 맞네. 그게 자네를 아주 곤란하게 하고 있고.”

보로스 경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왕실 시종이 왕자의 명령을 가지고 방문했고, 그 명령이 평범한 것이 아님을 본인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공작님이 유도신문도 하실 줄 아는 분인지, 미처 몰랐군요.”

루이센 본인도 성공할 줄 몰랐기에 속으로 환호성을 질러 대는 중이었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아 침착해 보였기에 보로스 경은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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