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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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캐내 보고 싶지만…….’

루이센은 모리슨을 마음에 들어 했고, 또 지금도 그런 눈치는 전혀 못 채고 칭찬받았다는 듯이 쑥스럽게 웃고 있길래 칼튼은 일단 한 수 접기로 했다.

“가두기 전에 혹시 기도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순례자님.”

모리슨이 루이센에게 부탁했다.

“물론입니다. 제가 사제는 아니라 효과는 없겠지만…….”

“예. 사제는 아니시죠. 그래도 이런 건 마음이니까요.”

기도 한번 하는 게 어렵지 않으니 루이센은 기꺼이 앞으로 나섰다. 모리슨이 막대기로 구울을 붙잡아 두고, 칼튼은 언제든 구울을 치워 버리고 루이센을 보호할 수 있게 옆을 지켰다.

루이센은 처음으로 구울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핏기가 사라진 거무튀튀한 안색과 썩은 생선 같은 눈동자는 그가 움직이고 있어도 살아 있지 않다는 걸 알게 했다. 아무리 시체를 많이 봤어도 계속 보기 좋은 비주얼은 아니지만,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귀밑, 턱뼈와 목이 이어지는 지점에 두드러기가 돋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반점이 일반적인 붉은색이 아니라 노란 기가 도는 녹색이었다.

‘녹색?’

뭐가 묻은 건가? 루이센은 손수건을 꺼내서 구울 목을 문질렀다.

어, 안 지워지네.

“뭐 하는 겁니까?”

루이센의 기행에 칼튼이 깜짝 놀라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는 루이센 손에서 손수건을 빼앗아 저 멀리 던져 버렸다. 그게 병균 덩어리라도 되는 것처럼. 루이센은 아차 했다. 알로스 상단 사람도, 모리슨도 이상하다는 눈으로 루이센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묻은 거 같아서…….”

루이센은 헛기침을 했다. 칼튼은 루이센의 말에 그가 손수건으로 닦아 낸 구울의 턱 아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턱 아래에 얼룩덜룩한 점이 있네요. 저거 원래 있던 겁니까?”

“아뇨. 점 같은 거 없으셨는데……. 아, 진짜네요. 녹색 반점이 있는데……. 저거 뭐 이상한 건가요?”

알로스 상단 사람이 멍청히 되물었다.

“애초에 사람 피는 붉은색이라 반점이 생겨도 붉거나 검붉은색, 갈색으로 나타납니다. 녹색은 아니죠. 사람이 풀이나 나무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몸에는 이런 거 없었습니까?”

칼튼이 비웃듯이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정말 모른다고? 붉은색도 아니고 녹색 반점이 생겼는데 못 알아본다는 게 말이 되나? 다 알고도 일부러 숨기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가서 다시 물어볼까?”

칼튼이 윽박지르자, 알로스 상단 사람은 울먹이며 소리쳤다.

“일행이 한 번에 쓰러졌는데 그걸 살펴보고 있을 새가 어디 있답니까? 살아 움직이는 시체만도 버거운데! 그리고 죽은 시체가 움직이는데……. 피부가 좀 파래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네요.”

칼튼은 언제 화냈냐는 듯이 태평하게 말했다.

“지금 저 떠보신 겁니까?”

알로스 상단 사람의 항의에 칼튼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칼튼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한편 루이센은 소란 속에서도 생각에 잠겼다. 칼튼이 남들에게 못되게 구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익숙했다.

‘녹색 반점……. 녹색……. 부자연스러운데…….’

뭔가 기억 하나가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았다. 루이센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좀 더 살펴보면 확실히 떠오를 것도 같은데.’

하지만 구울의 몸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 옷 사이로 보이는 피부가 까맣게 변하고 있어 봐도 잘 모르겠다. 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알로스 상단의 사람들을 만나 봐야겠다고 루이센은 다짐했다.

모리슨은 가만히 보고 있다가 루이센에게 말했다.

“이 병에 대해 짚이시는 게 있나요?”

“아, 아뇨.”

루이센은 얼버무렸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짐작만으로 말을 꺼내기에는 사안이 너무 민감하고 위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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