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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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한참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금방 바닥에 떨어졌다.

으윽, 여기저기 부딪히는 바람에 온몸이 욱신거렸다. 루이센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공기가 싸늘하고, 곰팡이 냄새 같은 것이 풍겨 왔다.

‘지하 감옥인가. 1왕자는?’

루이센은 계단 위를 바라보았다. 문가에 1왕자가 서 있었는데 역광이 비추어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1왕자의 뒤에서 더블레스 백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블레스 백작은 루이센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마치 이렇게 될 것을 알았다는 듯이 말이다.

‘…………함정이었구나.’

루이센은 직감했다. 1왕자는 루이센을 유인할 미끼였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왕자의 세뇌는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백작이 어떻게 내 계획을 안 거야?’

루이센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더블레스 백작은 계단을 내려왔다. 그는 루이센의 앞에 서서 여상히 안부를 전했다.

“또 뵙기로 했죠, 공작님.”

정중함을 갖춘 인사가 루이센을 기만하는 것 같았다. 그런 백작의 장난질에 놀아 줄 여유가 없었다. 루이센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하 감옥에는 아무도 없었다. 비밀통로와도 연결되지 않은 거 같았다.

루이센은 자신과 함께 온 일행들을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무사히 흩어졌겠지?’

1왕자의 세뇌를 푸는 데 실패했으니, 남은 희망은 다른 사람들뿐이다. 그리고 칼튼.

“아니에스 공작. 아직 주제 파악이 덜 되신 모양입니다.”

“뭐?”

더블레스 백작이 루이센의 몸을 걷어찼다. 루이센은 뒤로 또 한 번 쓰러졌다. 백작은 루이센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내가 지금 인사를 하잖아. 이 지경이 되고도 나를 무시하다니. 아니에스 공작, 애비나 아들이나 거만하기 짝이 없구나!”

백작이 격렬히 분노하는 바람에, 루이센의 머리가 마구 흔들렸다. 두피의 통증과 함께 어지럼증이 일어 루이센은 정신이 없었다.

“너희 아니에스들은 항상 그런 식이지! 항상 사람을 무시해! 오만하고 건방져! 일어나, 일어나서 똑바로 나를 봐!”

백작은 루이센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루이센의 눈동자 가득 자신의 모습이 비치자, 그제야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백작은 크큿, 하고 웃으면서 루이센의 머리채를 손에서 놓았다.

루이센이 자신의 발밑에서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것을 보며, 언제 분노했냐는 듯이 돌연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런, 공작님. 얕은 속셈으로 제게 덤비시니 이런 꼴이 되는 게 아닙니까.”

“얕은 속셈이라? 꼭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는군?”

“그럼요. 모든 걸 다 알고 있었죠.”

백작의 자신만만함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가령…… 비밀통로로 흩어진 공작님의 기사들이라든가?”

젠장. 루이센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시치미를 떼 보았지만 백작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루이센의 그 모습이 가소롭다는 듯이 백작은 피식, 웃었다.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왕비의 침실과 연결된 비밀통로와 그곳에서 공작님이 저희를 엿본 것도.”

“…….”

“엿보기라니, 참 고상한 취미시군요. 물론 들키지 않을 거라 믿으셨겠지만 제가 그리 허술하지는 않아서.”

더블레스 백작은 며칠 전, 기어코 비밀통로를 발견하였다. 그 안에 남은 흔적을 통해 루이센이 자신과 1왕자에 대해 봤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니에스가 모든 진실을 알았다. 자신의 정체도, 1왕자가 조종당한다는 사실도.’

그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자, 남은 루이센의 속셈이 전부 파악되었다. 백작은 루이센이 1왕자의 세뇌를 풀고, 악마숭배자와 자신을 처단하려 할 것임을 예상했다.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겠지만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13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