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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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튼을 구하는 계획은 단순했다.

‘왕성에 들어간다. 칼튼을 찾는다. 몰래 숨겨서 왕성에서 데리고 나온다!’

언뜻 쉬워 보이는 계획이지만 여기에는 장애물이 많았다. 먼저 왕성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금 왕성에는 1왕자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루이센뿐만 아니라 다른 대영주나 귀족들도, 갖은 핑계로 왕성을 방문하겠다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원래는 따로 요청이 없어도 자유롭게 드나들었던 곳이라 반발이 거셌지만 1왕자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1왕자는 무척 폐쇄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두 번째 장애물은 칼튼을 찾는 것이었다. 왕실 기사단이 몇 날 며칠을 뒤지고 다녀도 칼튼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작정하고 숨어 있는 그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도 문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것이 왕성을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에니스의 말에 따르면 왕성에 들어가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하다못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통까지 전부 휘저어 확인한다고 하니, 칼튼을 찾아도 숨겨서 데리고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밖에도 루이센이 왕성에 들어갔을 때 악마숭배자들이 공격한다거나 하는 위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칼튼을 구할 것이라는 루이센의 마음이 확고했으니, 하나하나 차례대로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 첫 번째 난관. 왕성에 들어가기 위해 루이센은 사람을 풀어 은밀하게 소문을 뿌렸다.

‘왕이 정말 살아 있을까? 이미 죽었는데 1왕자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소문은 대개 그러하듯 의심에서 시작해 의심으로 끝났다. 증거는 필요 없었다. 그저 왕이 쓰러진 지 한참이 지났고, 대영주들이 수도에 모여들었는데, 1왕자는 이상하게 폐쇄적으로 굴고 있다는 점들이 소문을 강화시켰다.

물론 워낙 조심스러운 이야기고, 잘못하면 왕실모독죄로 잡혀갈 수 있어 금방 넓게 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영주들 귀에 들어가기에는 충분했다. 그들은 왕성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기에 사소한 소문에도 빠르게 반응한 것이다.

대영주들은 먼저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사람을 보내도 왕실은 묵묵부답이었다. 왕성에 심어 둔 정보원들도 어떻게 된 건지 죄다 연락이 끊긴 상태라, 왕성 내부의 상황을 알아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고 있는데, 마침 동부 대영주가 다른 대영주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

동부 대영주의 수도 저택, 응접실.

왕국의 동서남북, 네 지역을 대표하는 지배자들이 한데 모였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은 루이센이었다.

“다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 중에서는 루이센이 가장 어려서, 같은 직급이지만 존대를 했다. 동부 대영주가 할아버지뻘이라면 나머지 서부와 북부 대영주는 부모뻘이었다.

“아, 아니에스 공작. 자네 이번에 종교재판까지 받게 되었다며? 그러게 적당히 사고를 치라니까. 먼저 하늘에 가신 선친께서 보시면 얼마나 애통해하겠나?”

“자네 부친께서는 정말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나고 완벽한 분이셨지. 자네 모친도 훌륭한 레이디이셨고. 부모님의 반만이라도 닮았다면 이렇게 난리가 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부 대영주와 북부 대영주가 루이센의 속을 긁어 댔다. 만날 때마다 이런 식이니 루이센은 다른 대영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쏟아지는 공격을 참지 못하고 의자를 걷어차고 방을 나가 버렸겠지만 이번에는 참았다.

보통은 여기에 동부 대영주가 끼어들어 막타를 쳐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끼어들지 않으니 분위기가 시들해지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소문 다들 들으셨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그냥 길거리에 떠도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닐 텐데, 아니에스 공작은.”

“자자, 그래도 다들 신경 쓰이는 것이 있으니 내 부름에 응한 것이겠지.”

동부 대영주가 은근히 루이센의 편을 들어주었다.

13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