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스칼렛의 시점)
내 심장은 문 앞에 선 채로 미친 듯이 뛰었다. 나를 가둔 자물쇠들을 바라보며, 금속 장벽 하나하나가 나의 감금 생활을 상기시켰다. 손의 떨림을 애써 참으며 열쇠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숨을 고르기 위해 문틀에 기대어 선 채로, 나를 가둔 자물쇠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뒤돌아보면, 태형의 싸늘한 시체가 보였다. 그의 생기 없는 모습은 이 순간까지 나를 이끌어 온 모든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발길을 돌리기가 두려웠다. 아직 그가 저곳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열쇠 고리를 뒤지며, 심장은 먼 곳에서 울리는 북소리처럼 쿵쾅거렸다. 입안에는 아직도 피의 쇠 맛이 맴돌았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순간의 씁쓸한 잔해였다. 태형에게 다가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를 두고 떠나는 것은 더욱 두려웠다. 하지만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마침내 용기를 내어 태형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자유를 되찾아야 했다. 손끝으로 열쇠들을 뒤지던 중, 문에 맞는 열쇠를 찾아냈다. 차가운 금속이 자물쇠에 들어가며, 기묘할 정도로 쉽게 돌아갔다. 텅 빈 방 안에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번, 두 번, 자물쇠가 열릴 때마다 내 결심도 점점 단단해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자물쇠를 풀어냈다. 금속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는 정적 속에서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태형의 존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마치 유령처럼, 내게 두려움과 불안을 속삭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무시했다. 나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악몽에서 벗어나야 했다.
자물쇠가 덜컹거리며, 나는 맞는 열쇠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뛰었고, 조용한 복도에 내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마침내 마지막 자물쇠가 열리는 순간, 나는 문을 밀고 나와 싸늘한 밤공기 속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안도의 순간은 짧았다.
바깥은 적막했다. 새벽 공기가 차갑게 피부를 파고들었다. 길거리는 기묘할 정도로 조용했다. 바람에 나뭇잎이 살짝 흔들리는 소리만이 정적을 깼다. 서늘한 기운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단순한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로등 불빛이 깜빡였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보도 위에서 춤을 추었다.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희미하게 빛나는 별들이 있었지만, 그 작은 빛은 내 불안을 잠재워주지 못했다. 시선을 다시 낮추자, 텅 빈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주변의 정적이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아스팔트 바닥은 싸늘했고, 나는 어디까지 왔으며, 또 얼마나 멀리 가야 할지를 생각했다.
나는 계속 걸었다. 경찰서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변의 고요함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마치 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귀를 기울이면 귀뚜라미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 소리들은 오히려 내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은 거대한 파수꾼처럼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며 땅 위로 기이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공기 중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한 걸음 뗄 때마다 경계심이 점점 더 강해졌다.
어둠이 내 주위를 조여 오는 것 같았다.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짧아지는 숨을 참으며 더 빠르게 움직였다. 멈출 수 없었다. 자유, 안전,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달렸다.
멀리 경찰서의 불빛이 보였다. 암흑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그 불빛을 바라보며 희망이 피어올랐다. 나는 점점 더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현기증이 몰려왔다.
세상이 흔들리듯 보였고, 나는 비틀거리며 가까운 가로등을 붙잡았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눈앞에서 빛이 깜빡였고, 이상한 그림자들이 출렁이며 춤추는 듯했다.
스칼렛: 정신 차려.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지금 여기서 쓰러질 순 없었다. 너무 멀리 왔고,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뼛속까지 피로가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짜증나는 이명 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웠다. 마치 밤이 나를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그를 보았다.
경찰서 문 앞에 서 있던 경찰관. 유니폼이 선명하게 빛 속에서 드러났다.
희망이 피어올랐다. 나는 입을 열어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앞이 검게 물들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세게 움켜잡았다.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차가운 손가락이 두피를 파고들었고, 거칠게 나를 뒤로 끌어당겼다. 공포가 몸을 관통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몸부림치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 손아귀는 철벽 같았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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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끔찍한 밤.
Horror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자비를 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갑자기 그가 내 근처에서 말했다. "들리나? 내 희생자들의 속삭임이. 그들은 해방을 애원하고 있지." 나는 뒷걸음질 치다가 단단한 가슴에 등을 부딪쳤다.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가 손을 천천히 내 몸을 따라 내려가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이제 그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드나? 그것은 곧 다가올 죽음의 손길이지." 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