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스칼렛의 시점)
나는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장롱 안에서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고요함은 끝없이 이어졌고, 태형의 추격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 않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이며 바깥에서 나는 어떤 소리라도 들으려 애썼다. 공기 중의 긴장감은 무겁고 숨 막힐 정도였다. 그는 다시 돌아올까?
한참 동안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들은 작은 소리조차도 크게 들리게 만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 폭풍우 속 빗방울이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집 안의 희미한 소음들만이 침묵을 채우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태형이 떠났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여전히 남아 있는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억눌렀다. 그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작은 희망을 주었다. 나는 천천히 장롱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방 안은 희미한 빛이 작은, 먼지 낀 창문을 통해 스며들며 어둑하게 비춰졌다.
내 옆에는 먼지가 쌓인 작은 공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 어두운 방과는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방 안을 확인할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손을 떨며 장롱 문을 살짝 밀어 열고 조심스럽게 밖을 내다보았다. 나는 작은 공을 방 안으로 굴려보았다. 혹시라도 움직임이 있다면 그것을 감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공은 나무 마룻바닥을 부드럽게 구르다 반대편 벽에 닿아 멈췄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태형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안도감과 불안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방 안은 여전히 조용했고, 그림자들은 미동도 없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이제 장롱에서 나가야 할 때라고 결심했다.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며 방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귀를 곤두세우고 태형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는지 계속 주의를 기울였다.
방은 낡고 오래된 가구 몇 개만이 덩그러니 놓인 채 황량해 보였다. 바닥 일부를 덮고 있는 빛바랜 카펫, 작은 탁자 위에서 희미한 빛을 내는 램프 하나, 그리고 높은 위치에 있는 좁은 창문이 전부였다. 창문 너머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이 보였고, 거센 바람이 나무 사이를 휘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창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고요 속에서 유독 크게 들렸다. 두어 번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태형의 인기척은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혹시 그가 3층에서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닐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나는 창문을 열어 탈출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손이 떨렸고, 상황의 긴박함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힘껏 당겼다. 하지만 창문은 요지부동이었다. 다시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무엇인가가 창문이 열리는 것을 막고 있는 듯했다.
좌절감이 밀려왔다. 더 자세히 살펴보니, 창문 가장자리에 바른 접착제 자국이 보였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창문을 봉쇄한 것이 분명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기대했던 탈출구는 그저 잔인한 환상이었다.
필사적으로 손잡이를 당겼다. 점점 더 초조해지면서 창문을 흔들고 밀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의 필사적인 움직임은 조용한 방 안에서 유일한 소리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형이었다.
태형: "들렸어, 자기야."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깃든 위협적인 느낌이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리고 그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들렸다.
공포에 사로잡힌 나는 더욱 필사적으로 창문을 밀고 당겼다. 하지만 창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태형의 발소리는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왔고, 그의 존재가 바로 근처까지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창문을 바라보았지만, 이제 탈출은 불가능해 보였다.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잡힐 수도 있다는 공포가 너무나 강렬했다. 나는 창문에서 시선을 돌리고 방 안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내가 숨어 있던 장롱은 이미 무용지물이었고, 태형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태형: "나와, 스칼렛."
그의 목소리는 마치 장난스러운 듯했지만, 그 속에는 섬뜩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태형: "네가 여기 있다는 거 알아."
그의 접근이 멈추지 않았다. 서둘러 방 안을 둘러보며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의 발소리는 바로 문 앞에서 멈췄고, 그의 목소리가 문을 통해 들려왔다.
태형: "아직도 숨는 중이야, 자기?"
그의 말투는 장난스럽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
태형: "주인이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나는 숨을 죽였다. 최대한 조용히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발소리는 점점 더 명확하게 다가왔고, 고의적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나를 압박하는 듯했다.
태형: "네 소리가 들려, 스칼렛."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험한 속삭임이 되어가고 있었다.
태형: "언제까지 숨을 수 있을 것 같아? 도망치다니, 넌 정말 나쁜 아이야."
나는 침을 삼키며 절박하게 탈출구를 찾았다.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숨어 있을 만한 곳은 오직 욕실뿐이었다. 과연 내가 뛰어갈 수 있을까?
태형: "오랜만에 숨바꼭질을 하니 정말 즐겁네."
그의 발소리가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태형: "넌 가까이에 있지?"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나를 조여 오는 느낌이었다.
태형: "네가 굴린 공이 모든 걸 말해줬어. 그렇게 쉽게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공을 굴린 것이 실수였다. 너무 절박했던 나머지 경솔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로 숨어야 하지? 문 바로 뒤에 그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도망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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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끔찍한 밤.
Horror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자비를 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갑자기 그가 내 근처에서 말했다. "들리나? 내 희생자들의 속삭임이. 그들은 해방을 애원하고 있지." 나는 뒷걸음질 치다가 단단한 가슴에 등을 부딪쳤다.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가 손을 천천히 내 몸을 따라 내려가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이제 그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드나? 그것은 곧 다가올 죽음의 손길이지." 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