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피로 물든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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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스칼렛의 시점)

작은 집 안의 공기는 구리 냄새, 땀, 그리고 절망으로 무거웠다. 태형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지만, 나는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나의 온 신경은 손에 쥔 칼에 집중되어 있었다.
상처에서 흐르는 피, 멍든 피부, 극한의 피로가 한데 뒤섞여 모든 감각이 흐려졌다. 나는 힘겹게 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축음기의 딸깍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치지직거리는 잡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곧이어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한때 요리를 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노래였다. 외로운 밤을 함께한 위안 같은 존재.
하지만 지금, 이 악몽 속에서 그 멜로디는 어딘가 뒤틀린 것처럼 들렸다.

🎵: 이 죄악의 집들은 오직 밤에만 깨어 있으며,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문을 연다.

태형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이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인 것처럼.
그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어깨를 흔들었고, 나에게 등을 돌린 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팔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거품이 가득한 물이 배수구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손에 쥔 칼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스칼렛: 이렇게 해야 해. 다른 방법은 없어.

다리를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전쟁이었다. 몸이 피로에 찌들어 제대로 지탱되지 않았고, 피로 물든 손에서는 칼이 미끄러질 듯했다.
그럼에도 나는 눈앞의 태형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 아아~ 아아~ 아아~ 이 길은 타락한 자들의 길, 미소는 가짜. 정체성도 가짜. 색이 가득한 이곳, 하지만 외롭다.

음악이 집안 구석구석을 메웠다.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고, 내 심장의 격렬한 고동과 뒤섞였다.
한 걸음 더 내딛었다. 그러나 갑자기 다리가 풀리며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본능적으로 카운터를 붙잡았고, 그 충격이 몸 전체를 강타하며 아픔을 몰고 왔다.
신음이 새어 나왔다.

태형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헝클어진 내 모습, 피에 젖은 손, 그리고 떨리는 칼자루.
그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지만, 곧 익숙한 그 웃음이 떠올랐다.

오싹한 미소.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그 웃음.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주저 없이 움직였다.
칼을 단단히 쥐고, 남은 힘을 짜내 태형의 복부를 향해 내리꽂았다.

살점과 근육을 뚫고 칼이 들어가는 저항이 느껴졌다.
따뜻한 액체가 손을 적셨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온 세상이 사라지고, 오직 우리 둘만 남은 것 같았다.
서로를 붙잡은 채, 이 기묘한 교착 상태 속에서.

🎵: 어제까지만 해도 이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는데, 피로 얼룩진 이곳에서...

태형의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배에 꽂힌 칼을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시선을 들어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피는 그의 셔츠를 적시며 빠르게 번져갔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오히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내 손 위에 올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그의 손아귀가 나를 가둬버렸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오한이 들었다.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태형: 이걸로 끝날 거라 생각했어?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내 사랑.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뒷걸음질치려 했지만, 그는 내 손을 붙잡고 있던 힘을 더욱 조여왔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몸을 기울이며 칼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피가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 이 방황하는 영혼은, 슬픔을 안고, 헤매고 있다... 모두가 무언가를 찾고 있어. 누군가 이해해 줄 수 있다면...

노래의 가사가 우리를 감싸는 듯했다.

이것은… 기이한 춤이었다.

그가 무릎을 꿇었다.

그의 무게가 나를 끌어당겼고, 우리는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나는 놀란 비명을 질렀다.

손에서 칼이 빠져나가며 차가운 타일 위로 떨어졌다.

태형은 피를 토하며 낮게 웃었다.

그의 눈이 감겼다 뜨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끝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태형: 너… 이게 끝이라고… 진짜로 믿었어…?

내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숨이 가빠졌다.

온몸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태형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시 일어날까 봐.

하지만—

그는 이번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차가운 타일 위로.

검붉은 핏물이 그 아래로 퍼져나갔다.

🎵: 희미한 빛 속에 숨겨진 비밀들, 어둠 속에 잃어버린 것들... 밤아, 제발 말해줘. 너는 알고 있겠지…

노래의 마지막 음이 공중에서 희미하게 사라졌다.

침묵이 찾아왔다.

태형의 가슴이 미세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감겼다.

그러나—

그의 입술 위엔 여전히 그 웃음이 걸려 있었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끝났다고?

정말 끝난 걸까?

하지만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것은 안도감이 아니었다.

오히려, 차가운 허무함이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에서 피 묻은 칼이 떨어졌다.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뜨겁고 끈적한 피가 피부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나는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미소: 끔찍한 밤.حيث تعيش القصص. اكتشف الآ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