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11번째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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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벌써 시간이 다 된 건가?'

11번째로 다시 빙의 할 시간이 된듯하다.

아쉬움에 어두운 공간을 둘러보고 있자 빛이 다가와 그녀를 삼켰다.

***

"으응"

힘겹게 감겨있던 눈을 뜨자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화려하지만 먼지가 잔뜩 쌓인 커튼이 보였다.

무리가 가지 않도록 상체를 천천히 일으키자 그녀가 누워있는 방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화려한 자수가 수놓아진 이불을 덮고 있었고 침대 옆에는 고급이지만 낡은 탁자와 의자가 보였다.

방은 화려하고 넓었지만 관리를 소홀히 했는지 전체적으로 색깔이 바래있었고 먼지가 쌓여있었다.

침대 옆에 따뜻한 차가 놓여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고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장식과 전체적인 방의 모습이 화려한 것을 보니 그녀가 새롭게 빙의한 몸은 신분이 꽤 높은 편인 듯하다.

하지만 방의 상태를 보니 별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하인들까지 주인을 무시할 정도면.... 어떻게 해야지 이렇게까지 되는 거지?'

진심으로 황당해진 그녀는 눈을 감았다.

'이번 생은 좀 평화롭게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가만히 누워서 그녀가 처한 상황에 맞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일단 그녀의 10번째 삶과는 시대 차이가 많이 났다.

그녀가 누워있는 방의 디자인만 보아도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옛날에는 화려하지만 다소 불편한 건물 양식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훨씬 더 화려하고 넓었다.

이 시대에도 귀족들의 사치는 여전한 모양이다.

한숨을 내쉬며 몸을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답했다.

'만일 정말로 이 몸이 귀족이라면 곤란해진다.'

원래에도 한 곳에 갇혀 지내는 것을 싫어하는 그녀였다.

귀족 영애의 저택에 갇히는 것 만큼 최악의 결말은 없었다.

더군다나 신분이 높은 귀족일수록 그녀의 활동 범위도 줄어든다.

특히 귀족 여성이라면 평생 동안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기회를 봐서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겠어.'

대충 생각이 정리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옆 탁자에 놓여있는 차는 식은 지 오래였다.

차가 상하기 전에 시녀가 들어와서 치울 터.

그녀의 예상이 맞는다면 곧 누군가 가 들어올 것이다.

끼익.

11번째 삶에 왕녀가 되었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