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무도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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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님 꼭 천사 같아요"

어린 시녀는 밝은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리나는 피곤한 얼굴로 푸른 드레스를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무도회 전날 밤까지 계획을 확인해가며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느라 늦게 잠들었다.

그런 상태로 단장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는 바람에 그녀는 녹초가 되었다.

어린 시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리나의 창백한 안색을 살폈다.

"화장으로 창백한 부분은 말씀하신 대로 가렸지만 그래도 조금 피곤해 보여요."

이리나는 한숨을 내쉬며 시녀가 건네준 푸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했다.

"어쩔 수 없구나, 지금은 쉬고 싶으니 잠시 나가주겠니?"

어린 시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조심스럽게 꾸러미를 꺼냈다.

"저기, 왕녀님 부탁하신 물건들은 사왔어요"

"그래, 고맙구나"

이리나의 대답에 시녀는 활짝 웃더니 말했다.

"아, 그리고 왕녀님 부탁 드릴게 있어요"

".....?"

어린 시녀는 조심스럽게 낡은 편지 봉투를 꺼냈다.

"이 편지를.... 조슈아에게 전달해줄 수 있나요?"

"......무슨"

이리나는 살벌한 눈빛으로 어린 시녀를 응시했다.

어린 시녀는 두려운 듯 손을 떨었지만 꿋꿋히 버티며 말했다.

"왕녀님이 왕궁을 벗어나시고 싶어하신다는 걸 알고 있어요"

".....언제부터?"

어린 시녀는 조심스럽게 이리나의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왕족 다과회 이후로요"

"......"

"하,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왜 그걸 이제 말하는 거지?"

"저,저는 왕녀님이 왕궁을 벗어나시는데 성공할 것을 알고 있었어요.

제가 아는 왕녀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이니까요"

"......"

"단지, 왕녀님 이라면 누구도 전달해 주지 않는 이 편지를 전달해 주시지 않을까 싶었어요"

"편지는..아니 그 편지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 거지?"

이리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린 시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사실...저는 몰라요"

"......?"

"제 친구가 부탁한 편지거든요, 하지만 그 친구는 편지를 전달할 방법이 전혀 없었어요"

"......"

"그,그래서 제가 맡게 된 편지에요"

어린 시녀는 낡은 편지를 움켜쥐며 이리나의 눈치를 살폈다.

"......."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저, 가볼게요"

시녀는 입술을 잘게 깨물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멈춰"

이리나의 차가운 목소리에 어린 시녀는 걸음을 멈췄다.

"내가 언제 너 보고 가라고 했지?"

시녀는 고개를 돌려 이리나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편지, 이리주렴"

어린 시녀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리나는 손을 휘저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마 거절은 못하겠군'

"이 편지는 어디로 전달하면 되니?"

" 아카데미가 있는 섬에 조슈아라는 목수가 있어요. 그에게 전달해 주시면 돼요"

"거기서 그 사람을 어떻게 찾겠니"

"아니에요! 충분히 찾으실 수 있어요"

"......"

11번째 삶에 왕녀가 되었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