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험난한 황궁, 예기치 못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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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원 오상궁의 처소

해수

나는 다시 한 번 더 숨을 가다듬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노란 땡땡이 저고리를 보라색 허리끈 밑으로 당겨 주름지지 않게 했고, 초록 땡땡이 치마를 또 쓸어내렸다. 또 머리에 손을 올려 작은 꽃 머리꽂이가 제자리에 잘 있는지 만졌다.

오상궁은 탁자 위에 지휘봉을 탁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한때 폐하의 상대가 될 뻔했대도 이곳에 든 이상, 넌 궁인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적응하겠습니다."

"차를 우릴 줄 아니? 약초를 다루는 법, 화장하는 법은."

나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화장이야 당연히 자신있었다!

"하필 제가 제일 잘하는 게 그쪽이거든요. 피부 관리 자격증도 있고, 화장법도 잘 알고. 수제 화장품도 만들 줄 알고. 생각할 수록 이 다미원은 저랑 너무 잘 맞을 것 같은 게-"

"글을 읽고 쓸 줄은 알지?"

헉. 글? 한자? 내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아니오."

"허... 정말 몰라?"

하, 진짜 한자 배워야겠다.

♤♡☆♧

황궁 다미원

왕소

수가 오상궁의 처소로 들어간 후 계속 그 밖에 서서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떻게 자기 몸에 스스로 흉을 내.

끼익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그녀가 터덜터덜 밖으로 나왔다. 허나 그것도 잠시, 날 보자 수는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어? 아직 계셨어요?"

***

다미원 밖

"어떤 덴가 궁금했는데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 제가 잘하는 것 뿐인 거 있죠? 아, 제가 화장 잘하는 거 아시나? 몰랐죠?"

다미원을 나오는 동안, 해수는 조금도 쉬지않고 계속 쫑알쫑알 햇병아리 마냥 재잘댔다.

"어쨋든, 저도 이제 황궁에서 살게 됐으니 자주 놀러 오십쇼. 아, 참. 그때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아 그, 감사하다고 인사도 못 드렸네. 히히. 그래도 폐하와 혼인하지 않게 되어 참 다행이지 않습-"

그녀의 말이 채 끊나기 전에 나는 그녀의 손목을 가로챘다. 하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거슬리는 하얀 붕대를 내려다보았다.

"죽을 수도 있었어. 조금만 더 깊었으면 죽었어, 너!"

"안 죽었잖아요."

해수는 조용히 목소리를 내었다.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황제와의 혼인이 싫다해도 스스로 상처를 냈다. 큰 벌을 받는 건 하나지만 상처 때문에 죽을 수도 있었는데. 속상했다. 왠지는 몰라도 그녀의 몸에 흉이 났다는 것이 속상했다.

"허, 흉을 지니고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짐작이나 하고 이랬어? 궁녀가 되니까 좋아? 평생을 이곳에서 단 한 발짝도 못 나갈지도 모르는데! 신이 나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폐하의 비가 되지, 왜?!"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