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늘 아래 하나뿐인 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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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채, 해씨 부인의 방

해수

그냥 언니도 뵙고 겸사겸사 말도 나누려고 별채에 찾아가니 언니가 여종 여럿과 함께 있었다. 언니의 고운 옷들이 많이 탁자 위에 나와 있었고 종들은 그것을 밖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이것도. 이것도 오래됬구나."

언니는 여종 하나에게 붉은 장옷을 넘겨주며 말했다. 뭘 하는 거지?

"언니, 저게 다 뭐예요?"

"황자님께서 한파를 입은 마을에 양식과 구호품을 전하신다길래."

언니는 입가에 웃음을 띄며 의자에 앉으셨다.

"아, 그렇구나. 언니는 안가세요?"

내 말에 언니는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글쎄... 늘 황자님 혼자 다니셔서."

"에이 그럼 같이 가셔야죠. 황자님도 돕고 겸사겸사 같이 외출도 하고. 좋잖아요."

언니는 그래도 여전히 망설이셨다. 그래도 부분데 이런 건 같이 해야지. 나는 언니의 손을 잡으며 입을 때었다.

"이쁘게 화장도 해드릴게요. 응?"

"하, 그래도 될지..."

***

나는 언니 앞 탁자에 펼쳐진 화장품을 낱낱이 살펴보았다. 내가 알고 있던 화장품들과는 달랐지만 아무리 그래도 화장품점 직원이여서 그런지 너무 설지는 알았다.

화장품점 직원이었던게 의외로 이런 장점도 있네.

"이거는 눈썹 그리는 거고. 이건 분인가? 어, 맞네."

나는 오스만 즙으로 언니의 눈썹을 그리기 시작하며 문뜩 옛 생각이 났다. 내가 여기로 오게된 이유. 그 일이 아니었더라면 그날 그 공원에 있지도 않았을테니까. 그렇게 아픈 기억에 떠오르자 갑자기 언니에게 그 얘기를 하고 싶은 충동감이 생겼다. 그래, 말해주자. 어차피 꿈이라 하면 그대로 받아주겠지.

"꿈을 꿨는데요. 꿈 속에서 제가 화장품을 팔러 다녔어요. 이렇게 친구며 손님들 화장을 많이 해줬는데 하나도 지겨운 줄 모르겠더라구요. 뭐랄까? 내가 뭔가...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나 할까?"

언니에게 가슴 아픈 현대 고백을 하며 나도 모르게 옛 기억으로 빠져들었다. 갑자기 내 눈 앞엔 언니가 사라지고 내 한때 가장 친한 친구였던 가은이가 자리잡았다. 나는 예쁘게 만들어달란 그녀에게 화장을 해주며 행복하게 웃음지었다.

"내 덕분에 누군가 특별해지는 게 좋았어요. 없어선 안 될 사람이 된 기분?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단 착각이요."

나는 그때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가은이를 끌어안으며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향기부터 한번 맡아보세요. 장미향이 너무 좋죠? 이 제품은 주로 피부톤이 고르지 못한 분들이 쓰시는데요.

그때 창밖으로 기동이가 보였다. 내가 애인이라고 여겼던 남자. 그를 보는 반가움에 나는 손을 흔들었지만 그는 날 보지 못하였다. 그냥 내가 거기 있었다는 걸 몰랐는줄 알았는데 그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폰에서 그가 나를 행복하게 껴안고 있는 사진을 보다 문뜩 그를 올려다 봤을 때 보았다. 가은이가 그를 뒤에서 껴안는 것을. 그리고 그가 그런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것을.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