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토록 바랬던 황궁살이와 깊어저만 가는 인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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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

내 말에 곁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모두 묘하게 바뀌었다. 연화는 다시 해수를 바라보았고 당사자는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연화의 팔을 내렸다.

"그 머리꽂이의 원래 주인은 나니까 저 아이를 어쩔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야."

"오라버니-"

연화를 향한 내 입은 여전히 곡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목소리와 눈빛의 온기는 이제 온데간데 없었다.

"수가 훔친게 아닙니다!"

연화의 앙칼진 말을 끊으며 은이가 뛰어올라와 해수 앞에 섰다. 하지만 이내 뭐라 말할지 몰라서 머뭇거렸다.

"넷째 형님 방앞에서 주웠다고... 아니... 줍는걸 제가 봤습니다."

은이의 말에 연화는 탄식을 내뱉었다.

"하, 은이 너까지."

"아가씨 내려. 어서!"

욱이가 고함치자 여종 하나가 와서 수를 풀어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채령 곁에 가서 서로를 부축했다. 그리고 연화에게 마지막 눈길을 준 후 계단을 내려갔다.

"이번엔 연화 니 생각이 짧았다."

욱이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요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화, 니가 잘한거다. 저런 것들은 혼쭐을 내줘야지. 분위기하곤. 난 가봐야겠다."

"저도 그럼 이만."

원이도 요의 뒤를 따라 자리를 떴고 정이도 수를 부르는 은이를 끌고 나갔다. 곧 백아도 내 눈치를 살피며 떠났고 이내 연화와 나만 남았다.

다른 황자들의 목소리가 잦아지자 나는 그녀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머리꽂이를 내미는 연화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 가여우셨습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머리꽂이를 가져갔다. 잘게 흔들리는 연화의 목소리가 이어갔다.

"제가 아는 오라버닌 이리 절 막을 분이 아니십니다. 설마, 저 아이에게 마음이라도 두신 겁니까?"

"연화... 니 체면을 구겼다면 미안하다."

나는 분노로 바르르 떨리는 연화에게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답을 남긴 채 뒷모습을 보였다.

***

-저 아이에게 마음이라도 두신 겁니까?

하, 난 그런 것 모른다. 받아본 마음이 있어야 무엇인지도 알지.

머리꽂이만을 바라보며 걸어가던 중에 앞에 서 있는 욱이가 눈에 띄었다. 나는 뒷짐을 진 채 그가 뭐라 말하기를 기다렸다.

"네 것이라 하더구나."

욱의 잔잔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얼굴에 아무런 감정도 내보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잘못 아는 듯 싶어 알려주려 왔다. 이곳에 니 것이라곤 없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나 했는데...

"연화도. 해수도. 다 내 사람이야. 다시는 내 동생과 내 처아우를 함부로 대하지마라."

욱이가 날 스쳐지나가며 느껴지는 바람이 그리도 매서울 수는 없었다. 혹여나 욱이는 다를 줄 알았는데... 방금 그가 했던 말, 내 동생과 내 처아우를 함부로 대하지마라. 이 집에 있는 동안 숨죽이고 살라는 뜻. 그리고 난 네가 그나마 좀 다른 줄로만 알았다. 아님, 순전히 이게 해수이기 때문인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