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달이 맺어준 운명같은 인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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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너 진짜! 야!"

나는 달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온갖 성을 내며 외쳤다.

"와! 저 뭐야?"

"아휴, 아가씨. 그만 둬요."

나에게 다가온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말렸다.

"경찰. 아아니, 포절. 포절 없어요? 아 저런 놈을 그냥 딱 잡아야 하는데."

"아휴, 잡긴. 사황자님을 정말 모르시오? 안 죽고 산게 다행이지."

아주머니는 그 말과 함께 혀를 끌끌 차며 가 버리셨다.

"사황자? 하. 또 황자야? 아, 태조는 도대체 아들이 몇이야?"

아 맞다. 그 노숙자 아저씨! 아, 완전히 놓쳐버렸네.

"아가씨!"

그때 채령의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렸다.

"아가씨! 여기서 뭣 하십니까?"

"채령아. 그 키가 한 이만하고 눈이 부리부리하게 생긴 남자 못 봤어? 우리 집에서 나왔는데. 손님 중에 그런 사람 몰라?"

내 말에 채령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지금 여기서 이러실 때가 아니에요. 연화 공주님에 아가씰 찾느라 야단입니다!"

"연화 공주가?"

♤♡☆♧

8황자 욱의 사가

왕소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원이(王垣), 은이와 정이가 바로 자세를 곧잡으며 내 눈치를 살폈다. 보나마나 또 내 이야기를 했으렴다. 나는 터벅터벅 방 제일 끝에 있는 의자로 발걸음을 땠다. 연화는 그런 나에게 방긋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나는 움직이면서 형제들을 샅샅이 다 뜯어보았다.

"형님 오셨습니까?"

내가 아무런 대답을 않자 백아는 민망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난 다시 원, 은, 정에게로 눈길을 주었고 그들은 곧바로 깊숙히 허리를 숙였다. 그러곤 내 눈치를 보며 뒤에 있는 긴 의자에 엉거주춤 같이 앉았다.

내가 의자에 기대고 앉자 욱이는 나를 보며 입을 때었다.

"늦었구나. 나례 연습은 나와 따로 합을 맞춰 보아야겠다."

네가 모르는 것 뿐이지, 나는 이때동안 정윤과 함께 방상시(方相氏) 연습을 하다 오는 거야. 나는 그에게 눈길을 한 번 주며 탁자 위로 두 다리를 올렸다.

"그러던지."

"소식이 너무 드물어서 신주로 사람을 보낼까 하던 참니다. 어쩜 이리 무심하세요?"

"이렇게 왔으니 됐잖아."

연화의 발언에 나는 그녀에게 눈을 돌리며 대꾸했다.

"송악에 게실 동안엔 저희 집에서 머무세요. 신주 얘기가 많이 듣고 싶습니다."

"그리해라. 황자부 보다는 보내기가 훨씬 수월할 태니."

욱이는 자연스레 연화의 말에 맞장구 쳤다.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보던 요가 입을 열며 말을 쏘았다.

"욱아, 애쓰지마. 넷째는 사람 말보다 짐승 말을 더 잘 이해하거든."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