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보는 순간,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이 서서히 사라졌다.
— 아버지: “간호사들이 너무 호들갑을 떨었구나. 나는 멀쩡하다. 걱정 말아라, 내 딸.”
— 나: “아빠 때문에 심장이 멎을 뻔했어요. 정말 많이 사랑해요!”
— 아버지: “나도 사랑한다, 내 작은 천사야. 자, 이제 집에 갈까?”
— 나: “아니에요, 먼저 CT, EKG, 혈액검사부터 받고 가요.”
— 아버지: “나는 괜찮다. 병원에 있고 싶지 않다. 옷만 갈아입고 나오마. 바깥에서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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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한 소년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 “도와주세요! 엄마가 정신을 잃었어요!”
나는 즉시 달려갔다. 한 여성이 의식 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입가에는 거품이 맺혀 있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우측 편마비(hemiplegia)**와 동공 반사 저하가 확인되었다. **뇌출혈(hemorrhagic stroke)**이었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뇌부종(cerebral edema)**이 진행되면 몇 분 내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상황이었다.
— 나: “응급실로! 빨리 옮기세요!”
그러나 그 시각 모든 **신경외과 의사(Neurosurgeon)**들이 다른 수술 중이었다.
— 간호사: “수술할 의사가 없습니다! 환자 상태가 위중합니다!”
— 나: “제가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수술실 준비하세요!”
— 간호사: “이 병원 소속이 아니시면 허가가 안 됩니다!”
— 나: “저는 면허 있는 전문의입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아버지: “허락하마. 그녀는 이 병원의 새로운 신경외과 의사다.”
수술실이 빠르게 준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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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멸균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술실에 들어섰다. 준비된 기구: 천공기(perforator), 현미경 흡인기(microscopic aspirator), 지혈 겸자(hemostatic clamp). 아버지는 유리창 너머에서 조용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아버지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 아버지 (속으로): “나비… 우리 딸 좀 봐. 이렇게 훌쩍 커버렸네. 너를 꼭 닮아 참 예쁘지 않니? 의사가 되겠다고 처음 말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기억나? 오늘은 네 딸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 난 우리 딸이 자랑스럽다.”
나는 이 말을 듣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눈빛에서 전해지는 믿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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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시작되었다. 우측 전두엽 개두술(craniotomy) 후 출혈을 흡인하고, **지혈(hemostasis)**을 시행했다. 긴장된 공기 속에서도 아버지의 시선이 내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마침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환자는 **수술 후 중환자실(post-op ICU)**로 이송되었고, 아들이 엄마를 끌어안는 순간, 내 가슴도 뭉클해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의사의 성공이 아니라, 아버지 앞에서 딸로서 신뢰를 증명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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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만남
Romance사랑을 믿지 않았던 한 소녀. 그러나 아버지의 위급한 소식을 듣고 돌아온 그 날, 운명처럼 한 남자와 마주친다. 가족의 사랑과 잊을 수 없는 만남, 그리고 그녀의 인생을 바꾼 선택. 이야기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연한 만남"에서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