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겨울에 만난 이상한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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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회사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왜 우리집은 동네 구석에 위치해있는건지 항상 어두운 골목을 지날때마다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이래서 회식있는 날이랑 야근있는날이 제일 싫다.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어 나의 긴 머리카락들을 어지렵혔다. 하필 일기예보를 잘못 알고 입은 얇은 옷이 내 몸을 덜덜 떨게 만들었다.






강력한 바람에 자주 보이던 길고양이들도 어디론가 피신한것 같았다. 나말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골목길에 빈 쓰래기가 굴러가는 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나의 구두굽이 바닥에 부딫히는 소리밖에 안들렸다. 빨리 집에나 가서 맥주나 한캔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어...? 이게 뭐야?"





집앞 대문 앞에 포데기 같은게 하나 놓여져 있었다. 누가 남의집 앞에 이런걸 버리고 간거야.. . 이불 포데기 처럼 생긴걸 버리기 위해 그 자리에서 쭈그려 앉아 그 포데기를 주워들었다. 이거..상당히 무거운데? 뭔 이불 포데기가 이렇게나 무거운가 싶어 이불겹을 차차 풀어 나갔다. 예쁜 색깔의 포데기를 풀어갈수록 보이는 무언가에 나의 손이 다급해져만 갔다.





"ㅎ..헉!"





이거 시체 아니야? 포데기안에 있던건 한 아기였다. 이미 죽은건지 아닌건지 창백한 피부와 얼음장처럼 차가운 피부에 급히 아기의 몸에서 손을 때었다. 추운 날씨를 못견디고 죽은건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아기가 왜 내집앞에 버려져 있었지? 다행히 창백하고 차가운 피부와는 달리 숨은 미약하게 쉬고 있었다. 아직 죽은건 아니네, 일단 이렇게 놔뒀다가는 얼어 죽을것 같아 다시 포데기로 아기를 감싸고 품에 꼭안아 집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아기를 감싸고 있던 포데기를 벗겨 세탁기에 넣고 아기를 침대에 눞혔다. 더이상 추위가 아닌 따뜻함이 느껴져서 그런지 살짝 찡그려졌던 아기의 얼굴이 점차 풀어지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창백한 얼굴이랑 차가운 피부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피부는 그렇다 쳐도 냉독증이 있는건가? 몸이 왜이리 차가워. 너무나도 차가운 몸에 난로까지 끌어와 아이의 곁에 두었다. 아이가 편한함을 느낀후에야 아이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볼수 있었다.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아이의 얼굴은 강아지를 연상시켰다. 이쁜 입술과 귀여운 귀, 그리고 터질것 같은 볼살까지.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축 쳐져진 눈꼬리가 매력인건지 눈을 감아도 티가 나는 눈꼬리 마저 귀여웠다. 어쩜 이리 예쁜 아기가 나한테 왔을까.







"그나저나..얘를 어떡하지?"





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무작정 죽을 위기에 놓여져 있던 아기를 데려오긴 했지만.. 내가 이 아기를 책임질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고아원에 맡기기에는 너무 귀여운데다가 불쌍했다. 평생 내가 부모님없이 살게 되는건데 차라리 내가 이 아기의 부모님이 된다면? 진짜 부모님이 아니여도 내가 이 아기를 책임진다면 이 아기의 삶이 더 나아질까?일단 둘중 하나는 선택해야하는 상황이였다. 내가 엄청 잘사는건 아니라서 이 아기까지 책임을 질수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이 아기를 고아원에 보내자니 마음이 찡해졌다.







"우웅..."





아기가 더운건지 이불을 조그만한 발로 조금씩 차면서 뒤쳑였다. 아, 난로를 너무 오랫동안 켜놨나? 잠시 생각하던것을 접어두고 다시 아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난로를 껐다. 그제서야 살짝 시원해짐을 느낀건지 찌푸려져있던 아기의 고운 미간이 다시 곱게 펴졌다.




"그나저나 넌 여자애야 남자애야..?"






아기를 데려오고 나서 아직까지도 아이의 성별을 확인하지 않았다. 예쁘장하게 생겨서 여자애일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만약 남자애라면? 내가 지금 성별을 확인할수 있는 방법은..그거 밖에 없는데 남자애면 어떻게 해.. . 잠만 잘자고 있는 아기에게 손을 뻗었다가 다시 거두기를 반복했다. 아아! 성별 진짜 궁금한데! 정말 궁금한걸 못참는 성격인 나는 내 머리까지 쥐어뜯으며 몸부림 쳤다. 박찬열한테 연락할수도 없고 이거.. .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채크한 나는 다시 핸드폰을 조용히 탁자에 내려놓았다. 현재 시간은 오전 12시 20분. 어차피 지금 전화해도 자고있어서 전화 안받을테니 오늘은 이만 자는게 낫겠지.



잠들기 직전에 다시 한번 아기의 안색을 채크했다. 열이 나는지 체크하기 위해 손을 아기의 이마에 올렸지만 뜨겁게 끓거나 미지근한 대신 아까 처음 봤을때 처럼 차가웠다. 이상하게도 몸이 차가운것 빼고 아기의 상태는 완전히 괜찮았다. 호흡도 정상적이였고 아픈 기색 하나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내일 아침에도 몸이 차가우면 병원에 데려가야 겠네."




다시 한번 아기에게 이불을 덮어준후에 옷가지들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벗은 옷들을 개어서 변기 뚜껑위에 올려놓고 물을 틀었다. 샤워를 하며 구두때문에 통증이 생긴 발을 주무르며 머리를 감았다. 진짜 왜 회사원들은 회사에 운동화를 못신는거야.. . 나를 힘들게 하던 회사를 비난하며 샤워를 끝마치고 마른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거울을 보니 내 눈밑에 생긴 다크셔클이 어느새 땅을 치고 있었다. 오늘따라 이상한 일들만 계속 일어나네. 회사에서는 과장님한테 한소리 듣지를 않나, 이번에는 집앞에 버려진 아기라니. 아이고 내 팔자야. 옷을 다입은 내가 수납장에서 데일밴드 박스를 꺼내 그중 하나를 발목 뒤쪽에 붙혔다. 항상 구두를 신어서 까지는 피부이긴 하지만 아프긴 아프다.




양치 마저 끝마치고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나서야 화장실을 나왔다. 간편하게 늘어난 반팔티랑 긴 수면 바지를 입고 부엌쪽으로 걸어가 건조대에서 컵을 꺼내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항상 시원한 물을 마실때마다 느껴지는 느낌. 물이 빠르게 슉슉 내려가는 느낌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





빈컵을 싱크대에 대충 내려놓고 입었던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후에 내 방에 갔을때에 나의 입에서는 탄식이 나올수 밖에 없었다. 그 작은 몸뚱아리와 손가락으로 자기보다 큰 배게를 살짝 껴안고 자는 아기가 너무 귀여웠다. 대충 나이를 생각해보면 겨우 태어난지 1년 정도 된것 같은데. 다행히 태어난지 몇개월 지나서 버려지지 않아 버틸수 있었던건지, 아니면 자신을 구해줄 사람을 애타게 기다린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이렇게 다시 살아나줘서 너무나도 기특했다. 손가락 한개를 내밀자 그 조그만한 손으로 나의 손가락을 감싸안는 손길이 따뜻했다. 물론 손이 무척 차갑긴 했지만 내 눈에는 아기가 예뻐보여서 그런가..정말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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