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달이 맺어준 운명같은 인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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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 밖 길거리, 개천 옆

해수

아, 대체 어디 간 거야? 그 노숙자 아저씨의 뒤를 쫓아 사가 밖으로 길거리로도 나왔지만 그만 인파 사이에서 그를 놓치고 말았다. 아, 아쉽다. 그 사람에게 물어볼 게 많았는데.

"늑대개다! 늑대개다!"

거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말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어떤 검은 옷을 입고 가면으로 왼쪽 얼굴을 가린 사내가 흑마를 타고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그것도 내 쪽으로.

재빨리 피해야 한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렸지만 나는 그저 두려움에 휩싸여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나는 가면을 쓴 사내가 점점 더 가까이 오는 것을 보았다.

그때 도망치던 어떤 사람의 짐짝이 내 배를 쳐서 뒤로 갸우뚱했다. 내 뒤는 다름아닌 낭떠러지, 개천이었다. 아, 안 돼. 살려줘. 도와줘, 누가. 제발!

바로 그때였다. 개천으로 떨어지던 내 허리를 무언가가 받혀졌다. 놀라 앞을 바라보니 바로 그 사내였다. 그는 검은 철재 가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고 그의 긴 앞머리는 또 그 가면을 가리고 있었다. 온통 시커먼 흑색 옷에 긴 흑발, 그리고 검은 가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으니 그는 그저 커다란 그림자처럼 보였다. 누구지? 날 왜 도와주는 거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인데.

갑자기 내 몸이 공중에 떴다. 그는 나를 안아 말에 태우고는 말을 계속 달렸다. 나는 가까워진 그의 얼굴에서 눈을 때지 못하였다. 불안한 말 위에서 나도 모르게 나는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 또한 내 허리에서 손을 때지 않았고 계속 내 눈만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는 시선을 돌려 앞을 보며 말을 달렸다. 나는 밀려오는 불안감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그에게서 손을 때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얼굴이 계속해서 화끈거렸다.

그러다 그가 말을 멈추었다. 나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그는 날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나를 매몰차게 말에서 밀쳐버렸다.

"으악!"

아, 뭐야? 아니 구해주고 버리는 게 어디있어? 구해줄 거면 구해줄 것이지 왜 땅바닥에 내팽겨치냐고!

나는 아픈 허리를 감싸며 그를 째려봤다. 그러자 그는 날 흘겨보더니 다시 떠나려 했다.

"잠깐! 잠깐, 아. 거기 서봐요."

내 말에 그는 말을 멈추고는 나를 다시 바라봤다. 나는 쑤시는 허리를 매만지며 간신히 일어났다.

"아니 사람을 그렇게 짐짝처럼 던지고 그러면 돼요?"

그는 뭐가 그리 웃긴지 피식 입꼬리를 당기더니 다시 말 고삐를 흔들었다.

"아니! 잠깐 서라고!"

나는 재빨리 달려가 고삐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그는 놀란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좁은 길에서 그렇게 달리면 어떡하냐구요? 어, 저기 봐. 봐! 저기 사람들 다 피했어. 사람 나고 차... 아니 말 났지. 말나고 사람났어요?!"

그는 피식 웃음짓더니 갑자기 말머리를 내게 돌렸다. 나는 곧바로 몸을 움츠렸고 그는 한술 더 떠서 내 앞에서 말을 들어올리며 겁주었다. 놀란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고 그 순간을 타서 그는 달려가 버렸다. 아씨, 뭐 저딴 인간이 다 있어?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