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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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가 땅에 내려서자 버드의 등에 손이 하나 얹혔다. 넴의 크고 신뢰가는 손은 버드를 사복 경찰들의 뒤로 숨기며 속삭였다.

"미안. 갑작스러운 일이라 미리 대처를 못했어."

버드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한다.
"아냐...."

"아니, 이건 내 일이었어."
목소리는 단호했다. 무미건조했지만 버드에게 책임을 넘기진 않겠다는 고집이 느껴졌다. 익숙한 그 고집이 버드의 안심을 도왔다.

두근거렸던 심장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버드는 건물을 나서는 마지막 몇 걸음을 비틀거리며 혼자 걸었다. 나온 건물 밖으론 우중충한 하늘을 배경으로 빛바랜 회색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이토록 커다란 건물이 이토록 조용하다는 게 버드를 놀라게했다.

아직 잘게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버드는 물었다.

"내가 대체 어디에 있었던거야?"
"그들의 연구소. 오늘부로 완전히 폐쇄될 걸." 넴은 대답했다.
"걱정 마. 반중력 인간을 납치 후 살해하려한 죄목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거고, 유괴죄, 밀수죄, 사기죄, 공무집행방해죄, 살인미수 전부 덮어 씌워서 확실히 유죄 받아낸 후에 영구 자격정지까지 먹여서 완전히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테니까. 물론 널 진짜로 죽이려고 한 건 아니었을 거야. 설마 그런 낌새가 있었으면 지금 말해. 무기징역으로 유도해볼께. "
넴은 버드의 표정을 잠시 살피더니 이 말을  덧붙였다. "물론, 네가 원한다면."

버드는 곰곰히 생각했다. 평소처럼 넴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엔 방금 전에 보고 들은 것들이 조금 의미심장했다. 자기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 생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버드는 중얼거렸다.

"그냥 보내주자."

당연히 네 마음대로 하라는 답을 기다리고 있었던 넴은 눈썹을 치켜떴다.

"이유가 뭐야?"

"그냥.. 느낌이 그래. 별로 나쁜 사람 같지 않았어. 사실 이런 일도 15년 만에 있는 거잖아."

버드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걸 변명거리로 삼기로 했다. 사실 넴이 작정하고 물어본다면 버드는 갑자기 너그럽게 구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터였지만, 다행히도 넴이 그럴 친구는 아니었다. 버드가 아는 넴은 언제나 친구의 침묵을 존중해 주는 좋은 친구였기 때문이다.
"정말 돌파구가 나뿐이었는지도 모르지. "

"너 말이야, 이 건에 얽힌 일이 얼마나 많은데.."

넴은 버드의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하려고 했다.  버드는 공과 사의 구분이 철저한 넴이 자신을 위해 이미 결정한 일을 비틀어주지 않을 것임을 어렴풋이 직감했다.
하지만 넴, 이번 일은 정말 이상해. 편지봉투에서 분명 네 이름을 봤단 말이야.
..너를 믿지 말라는 게 무슨 소리야?

"그 노의사를 다시 한 번 봐야겠어..."

하지만 버드의 속삭이는 듯한 말은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묻혔다.
넴의 경호팀장에게서 온 전화였다. 대화는 잠시 유예되고, 넴은 버드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넴이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바쁘게 통화하는 동안 버드가 멍하니 그를 기다리는 구도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둘 다 한 두번 겪은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하긴 버드에게 기다림은 익숙했다. 넴은 항상 바쁜 사람이었으니.
그런데 다시 버드를 마주한 넴의 얼굴이 예상외로 활짝 펴져있었다.

"네가 좋아하겠는데. 의사들을 불기소하기로 했어."
"어?"
버드는 사람을 여러 명 구했다는 생각에 뿌듯했지만 한편으론 어리둥절했다.
"대신 내일까지 네 여행가방 챙겨. 그리고 공항에서 보자."
"뭐라고?"

뭔가 또 버드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버드는 원래 기분이 항상 좋은 편이고 또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상대가 넴이라 해도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금치산자가 아니야! 버드의 얼굴이 와작 일그러져 불편한 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영문 모르는 일에 휘말려 피를 뽑힐 뻔한 게 방금 전 일인데 이제는 너까지 나를 휘두르려 한단 말이지? 왜 다들 최소한의 설명도 안해주고 자기 멋대로 날 끌고다니는 거지?
버드의 마음을 읽은듯 넴이 버드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으며 말했다.

"날 믿어. 지금까지 나한테 맡겨왔잖아. 물론 최종적인 선택은 네 몫이지만 뭘 선택하든 내가 다 준비해놨어."
"뭐에 대한 선택인데?"
"버드, 너 이민가."
"이민?"

하늘을 나는 꿈 Flying Dream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